'고위험·고수익' 노리는 서학개미…미 국채 투자도 급증 [서학망원경]

미국 기준금리 인하·지수 움직임 추종 상품에 투자 늘어
외신도 주목…"한국 개인 투자자, 단순한 상품 지루해한다"

ⓒ News1 DB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산타랠리가 올 것이란 예상에 미국 증시가 상승하자 '고위험·고수익'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지난 11월7일부터 전날까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EAR 3X ETF)를 1억2842만8787달러(약 17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품으로, ICE 반도체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 방향으로 3배 추종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PROSHARES ULTRAPRO SHORT QQQ ETF)는 순매수 3위에 올랐다. 서학개미는 이 상품을 7674만7383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나스닥100 지수의 수익률을 역으로 3배 추종한다.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 국채 3배 ETF'(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ETF)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3360만5431달러어치를 순매수하며 8위에 오른 이 상품은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 국채 30년물에 투자하는 것으로, 채권 가격이 상승(금리하락)하면 차익의 3배를 추종한다.

서학개미들이 이 상품 이외에도 다양한 고위험·고수익 상품, 특히 미국 국채나 지수의 움직임을 추종하는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위험선호 심리가 살아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서학개미가 올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들은 모두 채권에 베팅하는 것들이다.

1~3위는 각각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 국채 3배 ETF'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 엔화헤지 ETF'(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ETF'(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다.

우선 미 국채 상품에 투자하는 이유는 연준이 이어오던 고금리 기조를 접고, 금리 인하로 접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경제지표 등이 발표되면서 향후 금리가 낮아져 채권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레버리지나 인버스 같은 상품에 투자하는 이유는 12월말 미국 뉴욕증시의 산타랠리를 기대하는 심리와 더불어 경기침체로 인한 지수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들도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신들도 서학개미들의 이런 성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레버리지 ETF에 몰리고 있다는 보도를 내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미 증시에 상장된 최대 규모 레버리지·인버스 ETF에 전년 대비 약 3배가량 늘어난 23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위험 상품을 선호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인 특유의 위험 선호 현상, 다양한 ETF 상품, 소셜미디어(SNS) 영향력 등의 작용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레베카 신 주식 전략가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최소한 특정 산업에서는 2~3배 수익률을 원한다"며 "단순한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지루해한다"고 밝혔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