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에도…예측불허 美 대선판에 갈피 못잡는 증시[금리인하 시대로]①
기준금리 인하,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처음
"정부가 부러진 경제 인정 vs 중기적으로 우호적"
-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지난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금리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
18일(현지시간)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 대비 0.5%포인트 인하한 4.75~5.0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이 베이비컷(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이 아닌 빅컷(0.5%포인트 인하)을 선택한 것. 코로나19 사태로 단행했던 긴급 금리 인하를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이후 첫 '빅컷'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촉발된 유동성 잔치 이후 2022년 3월부터 펼쳐진 고강도 긴축 시대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보통 금리 인하는 주식 시장에 호재로 통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은 세계 최대 정치 이벤트 '미국 대선' 일정과 맞물려 있어 변동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 한발 늦었나…"내년 악영향 극대화"
앞서 연준은 지난 7월까지 기준금리(5.25∼5.50%)를 8회 연속 동결했다.
하지만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8월 초 공개된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됐고 '금리 인하 실기론'이 등장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016610) 연구원은 "한번 식기 시작한 거대한 무쇠솥은 장작을 더 집어넣는다고 해서 쉽게 온도를 높일 수 없다"며 "연준은 늦어도 올해 초부터 진작 금리를 인하해야 했으나 타이밍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과거 고금리의 영향이 미국 경제에 어려움으로 가해지고 있는 시기로, 악영향이 극대화되는 시기는 내년 초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빅컷으로 진입한 금리인하 사이클…침체 신호탄?
연준의 빅컷 결정 이후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한 목소리는 또 한 번 커지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1990년 이후 금리인하 사이클이 빅컷으로 시작된 사례는 코로나19 사례를 제외하면 2001년 1월과 2007년 9월인데, 빅컷으로 인하 사이클이 시작됐던 사례 모두 각각 2개월, 3개월 뒤 침체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2001년 1월 빅컷을 시작으로 11번 연속 하락하면서 6.50%에서 2001년 12월 1.75%까지 내려왔다.
이후 2007년 9월 기준금리는 50bp(bp=0.01%포인트) 인하를 시작으로 2008년 4월까지 7연속 내렸다. 당시 기준금리는 7개월 만에 5.25%에서 2.00%로 뚝 떨어졌다.
빅컷으로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던 과거 두 사례를 보면 미국은 공격적인 금리인하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 침체기로 들어섰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은 2001년 3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2007년 12월부터 2009년 6월까지 경기 침체가 이어졌다.
◇빅컷, 증시 호재 vs 악재…"美 대선 불확실성 확대"
연준의 빅컷 결정을 두고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증시 부담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경훈 다올투자증권(030210) 연구원은 "통화정책 스탠스 변경 자체가 대다수의 경우 부러진 경제를 정부 차원에서 인정하는 꼴"이라며 "Bad is bad(악재는 악재로 여겨지는 상황)가 된 현재, 빅컷은 중장기적으로 호재는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지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이번 연준의 금리인하는 선제 대응이기에 중기적으로 증시와 경제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첫 금리인하 시기와 미국 대선이 맞물려 있어 (이전과) 패턴이 다를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는) 주식시장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대선 이후에도 연말까지 시장 참여자들의 향후 증시 경로 전망에 혼선을 제공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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