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가능성 열어둬야"…환율 효과에 웃는 기아·현대차
달러·원 환율, 1384원 기록…1년 5개월래 최고치
코스피 하락할 때 기아 4%↑…"고환율 국면에선 자동차株 유리"
-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약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자동차주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1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75.4원)보다 8.6원 오른 1384.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원 환율은 전날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지난 2022년 11월 8일(1384.9원)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380원선을 넘겼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에 바짝 다가선 배경으로는 중동 지정학적 우려로 커진 유가 불안이 꼽힌다.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자국 내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본토에 무인기와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지정학적 긴장감을 키웠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배럴당 84~85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는 물가 불안을 다시 촉발할 수 있고 이는 경기침체 리스크를 재소환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원화는 유가 등 에너지 가격에 가장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 여타 통화 가치에 비해 하락폭이 크다"고 짚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원화 가치는 이달 들어 2%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31개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수준으로, 러시아 루블(-1.69%)과 이스라엘 셰켈(-1.54%)보다 낙폭이 크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는 연일 강세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06.04포인트(pt)까지 급등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030490)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의 장중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은 점을 고려하면 다음 유의미한 1차 상단은 '빅피겨'(큰 자릿수)인 1400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중동 갈등 전개 상황에 따라 확전까지 연결될 경우 2차 상단으로 1440원을 예상한다"고 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이탈한 가운데 자동차 업종은 나 홀로 상승세를 탔다.
전날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2363억 7800만 원, 코스닥시장에서 1074억 5400만 원 팔아치웠다. 이에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0.42%, 0.94% 하락 마감했다. 반면 기아(000270)와 현대차(005380)는 각각 4.37%, 1.47% 상승 마감했다.
기간을 더 넓혀보면 자동차 업종의 주가 상승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2.77% 하락할 때 기아 주가는 3.99%, 현대차 주가는 3.65% 올랐다.
주가 강세는 달러·원 환율 상승에 따라 자동차 업종이 혜택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덕이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수출 업종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더 약해질 경우 수급 측면에서 환율에 민감한 외국인의 순매도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면서 "고환율 국면에선 환율 수혜로 자동차가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사업계획 환율을 1270원으로 정했다. 사업계획 대비 우호적인 환율 환경에 1분기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평모 DB금융투자(016610)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해외 도매 판매와 수출 물량이 많은 3월 달러·원 환율이 1332원으로 약세를 기록하면서 실적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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