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팔아치운 생명보험사…17년 만에 10조원대로 '뒷걸음'

2017년 14조원 넘어선 부동산 자산…지난 9년 사이 4조원 감소

생명보험사의 부동산 자산이 지난 2007년 12월 이후 17년만에 처음으로 10조 원대에 진입했다. 생보사의 부동산 자산 감소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점포·대리점 감소,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 등의 영향이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4.11.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생명보험사의 부동산 자산이 지난 2007년 12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10조 원대로 낮아졌다. 생보사의 부동산 자산 감소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점포·대리점 감소,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 등의 영향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생명보험사의 부동산 자산은 10조 97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11조 5747억 원 대비 5.1% 감소했다.

보험사 별로는 삼성생명의 부동산 자산은 3조 90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고, 같은 기간 교보생명은 1조 9398억 원으로 0.9% 감소했다.

특히 한화생명은 2조 2362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 8834억 원 대비 22.5%나 줄었다. 부동산 자산 비중은 1.9%로 지난해 2.7% 대비 0.8%포인트나 낮아졌다.

전체 생보사의 총자산은 895조 55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이는 생보사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증권 자산의 증가 영향이다. 생보사 유가증권 자산은 635조 1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확대됐다.

특히, 국공채 자산이 크게 늘었다. 생보사 국공채 자산은 329조 1528억 원으로 16.9% 증가했다. 유가증권 자산 중에는 국공채와 함께 회사채, 수익증권 자산은 모두 증가했다. 다만 주식 자산은 3조 원 가까이 감소했다.

부동산, 신용, 보험계약 등으로 구성된 대출채권은 113조 19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금융권 대출규제를 강화한 영향이다.

생보사 부동산 자산이 10조 원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07년 12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2007년 12월 생보사 부동산 자산은 10조918억 원으로 이는 총자산 중 3.4%의 비중이다.

이후 생보사 부동산 자산은 계속 확대돼 2015년 14조 8739억 원까지 증가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지난 9년 사이 생보사 부동산 자산은 3조 8942억 원, 26.2% 감소했다.

부동산 자산이 크게 감소하는 동안 보험사의 총자산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생보사 총자산은 895조 55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부동산 자산이 처음으로 10조 원에 진입했던 2007년 당시 생보사 총자산은 287조 3394억 원에 불과했다. 또 부동산 자산이 가장 많았던 2015년 생보사 자산은 724조 9013억 원까지 불어났다. 생보사 자산은 2007년에서 2015년 사이 자산이 무려 두 배 넘게 급증했고, 이후 2015년에서 지난해까지도 23.5% 증가했다.

생보사 총자산 증가에도 부동산 자산이 감소한 것은 최근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보험사의 점포 및 대리점 축소의 영향이 크다. 점포·대리점이 감소하면서 부동산 자산의 활용도도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전체 생보사 점포는 1136개, 대리점은 6107개, 총 7243개로 전년 대비 762개 감소했다. 생보사들이 부동산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했던 2015년에는 점포 3852개, 대리점 6016개 총 9868개로 지난해보다 2645개나 많았다.

또 올해로 도입 3년차를 맞이한 IFRS17(국제회계기준)의 영향도 크다. IFRS17 체제에서 부동산 자산은 현금 유동성이 낮아 회계상 리스크가 큰 자산으로 분류된다. 부동산 자산을 많이 보유한 보험사는 그만큼 적립금도 많이 쌓아야 한다.

이 때문에 생보사가 IFRS17 도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부동산 자산은 급감했다. 2017년 생보사 부동산 자산은 전년 대비 5% 감소했고, 2018년은 전년 대비 6.5%가 감소했다. 2016년에서 2018년 사이에만 생보사 무려 1조6050억 원이 줄어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생보사 부동산 자산이 크게 감소한 데는 부동산PF 여파 등으로 인한 부동산 자산의 가치하락 영향도 있어 보인다"며 "저효율 운영자산으로 알려진 부동산 자산은 디지털전환과 IFRS17 도입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 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