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뽑아 먹는 ‘병원’…보험금 못타면 바보 되는 ‘환자’[실손지옥]③

비급여 진료 특정 병원·진료과목에 쏠려…실손보험금이 가른 의사 연봉
비급여 실손보험금 5조3750억 원으로 5년새 1조 이상 늘어

편집자주 ...실손의료보험이 ‘과잉진료·의료쇼핑→의료비 증가→보험료 인상’의 악순환에 빠졌다. ‘실손지옥’의 주범은 ‘비급여 과잉진료’다. 전국민을 '의료대란'의 공포로 몰아넣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초래한 주범이기도 하다. 이같은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보험개혁회의와 의료개혁특위는 ‘비급여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실손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동안 지적돼 온 실손보험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짚어봤다.

지난 22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2025년 의대 모집을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며 "전공의, 의대생은 물론 의과대학 교수, 개원의, 봉직의 등 의료계 전 직역을 하나로 모아 정부의 의료 농단 저지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2024.11.2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실손보험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비급여 과잉진료가 특정 병원·진료과목에 쏠리면서, 의사들의 연봉도 바꿔놓았다. 환자들이 낸 보험금이 비급여 진료를 남용한 일부 의사들의 연봉만 높여 놓은 꼴이 된 것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의원급 의료기관인 1차 병원의 비급여 실손보험금은 4642억 원을 기록했고, 일반병원을 위주로 구성된 2차 병원의 비급여 보험금은 5692억 원을 기록했다. 상급종합병원인 3차 병원의 비급여 보험금은 41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또 비급여 실손보험금은 1차·2차 병원 중에서도 특정 진료과목에 집중됐다. 지난해 비급여 실손보험금은 5조 3750억 원으로 2019년 4조 2868억 원 대비 25.4% 증가했다. 5년 사이 무려 1조 원 이상이 불어난 것이다.

의원급 병원 의사 연봉 8% 오를 때…중증·응급의사 연봉은 4% 인상에 그쳐

비급여 실손보험금을 가장 많이 타간 진료과목은 정형외과다. 지난해 정형외과에 지급된 비급여 실손보험금은 1조 3878억 원으로 2019년 대비 무려 28.6% 증가했다. 이는 전체 비급여 보험금의 7.2%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내과의 비급여 보험금은 4601억 원으로 15.8% 증가했고, 외과는 4231억 원으로 26.7% 증가했다. 가장의학과는 3754억 원으로 46.5% 불어났고, 소아청소년학과는 무려 3113억 원으로 무려 67.2%나 급증했다. 여기에 한방병원도 2497억 원으로 28.7% 증가했다.

이는 의사들의 연봉과도 이어진다. 지난 2022년 의사 평균 연봉은 3억 100만 원으로 지난 2016년 이후 연평균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1차 병원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연봉은 3억 4500만 원으로 연평균 8.3% 오른 반면, 중증·응급 의료를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 의사의 연봉은 2억 100만 원으로 연평균 4.1% 오르는 데 그쳤다.

중증·응급 의료를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 의사의 평균 연봉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연봉보다 1억 4400만 원이나 적고, 연봉 인상률도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가 상급종합병원 의사보다 두배 이상 가팔랐다. 이는 의사들의 연봉에 비급여 실손보험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발목 통증에도 성형외과 가는 환자들…무분별한 의료쇼핑도 문제

돈을 벌기 위한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도 문제지만, 환자들의 지나친 의료쇼핑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병원 또는 지인의 권유로 실제 진료와 상관없는 미용서비스, 마사지 등을 받고 있다.

A씨는 발목 통증이 있어 지인소개로 서울 서초구 소재의 한 성형외과 의원을 내원해 발목 염좌 등 진단 후 도수치료와 함께 눈·코 리프팅 성형시술을 받고, 300만 원 상당의 도수치료 허위 영수증을 발급받아 실손보험금을 청구·수령했다.

B씨는 왼쪽 무릎과 발목 통증으로 서울 강남 소재 의료기관에 내원해 운동치료 병행을 추천받았다. B씨는 도수치료와 필라테스를 병행해 치료를 받았고, 도수치료 비용으로 370만 원가량의 실손보험금을 청구했다.

지난해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 실손보험금은 지난 2021년~2024년 8월까지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증식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로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7조 4052억 원에 달한다. 특히, 비급여 물리치료 보험금은 지난해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비급여 물리치료로 지급된 실손보험금 규모는 2조 1271억 원으로 전년 동기 1조 8693억 원 대비 13.8% 증가했다. 지난해 비급여 물리치료 보험금은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섰다. 비급여 물리치료 보험금은 올해도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 8월 기준 이미 1조 5620억 원을 넘어서 연말에는 지난해 보험금을 넘어설 전망이다.

비급여 물리치료 종류별로는 도수치료에 지급된 실손보험금이 4조 4809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체외충격파 치료 1조 6521억 원, 증식치료 835억 원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손보험금의 대부분은 도수치료를 마사지처럼 남용하는 정형외과·가정의학과와 부르는 게 값인 성형 목적의 비급여 시술을 남용하는 의료기관에서 집중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특정 의료기관의 진료과목에서 실손보험 누수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