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일시납 계약 '급증'…금리인하에도 저축성보험에 '올인'
“일시납 계약 급증 향후 역마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생명보험사의 일시납 계약이 지난해 대비 3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동양생명은 일시납 계약이 전년 대비 50배 넘게 급증했고, 같은 기간 한화생명도 30배 가까이 늘어났다.
일시납 계약의 대부분은 방카슈랑스에서 판매된 연금보험 등의 저축성보험이다. 일각에서는 금리인하기로 접어든 만큼 일시납 계약 급증이 향후 역마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체 생보사의 일시납 보험료는 10조 7834억 원으로 전년 동기 7조 7808억 원 대비 27.8% 증가했다.
보험사별로는 한화생명의 7월 말 기준 일시납 보험료가 2조 403억 원으로 전년 동기 688억 원 대비 무려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생명보험사 ‘빅3’ 중에서 일시납 보험료가 늘어난 회사는 한화생명이 유일하다.
전체 생보사 중 일시납 보험료가 가장 크게 증가한 회사는 동양생명이다. 동양생명의 지난 7월 기준 일시납 초회보험료는 46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82억 원 대비 50배 넘게 증가했다.
이밖에 같은 기간 은행계 보험자회사인 KB라이프가 4740억 원으로 996.2%, 신한라이프 2617억 원으로 593.9%, 농협생명 1조 5167억 원으로 510.3%, iM라이프 136% 각각 증가했다. 여기에 미래에셋생명이 470.3% 늘어났고, 외국계 보험사인 AIA생명 90.5%, 메트라이프 84.6%, ABL생명도 45.7%씩 각각 증가했다.
일시납 계약은 매월 보험료를 내는 월납과 달리 납입기간에 내야 할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는 계약이다. 일시납 계약은 주로 은행 창구에서 보험을 계약하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주로 이뤄진다. 적금 등 목돈을 적극적인 투자 대신 안정적으로 굴리기 원하는 고객들이 저축성 보험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일시납 보험료 증가와 함께 생보사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가 크게 증가했다. 올해 7월 기준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9조 97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7조 2298억 원 대비 38% 증가했다.
특히, 일시납 보험료가 크게 증가한 동양생명과 한화생명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가 전년 대비 각각 20배 넘게 늘어났고, 같은 기간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도 10배 넘게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에서 판매되는 보험은 ‘25% 방카슈랑스룰’에 따라 판매돼 보험사마다 판매량이 증가하는 시기가 있다”며 “일시납 계약 증가가 보험사 입장에서 유동성을 확보에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방카슈랑스에서는 주로 연금 등 저축성보험이 판매됐다. 저축성보험은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해 만기는 길지만 보장과 함께 안정적인 환급률이 제공된다. 실제 지난 7월 말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 9조 2116억 원으로 전년 동기 6조 6825억 원 대비 37.9% 증가했다.
여기에 비과세와 함께 130%에 육박하는 환급률을 보장하는 단기납 종신보험도 방카슈랑스 일시납 계약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시납 보험료 급증이 향후 역마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를 투자 등 운용해 향후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 환경이 악화될 경우 운용수익률을 내기 어렵게 된다.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38개월 만에 정책방향이 바뀐 것이다. 또 보험연구원은 내년부터 기준금리를 분기당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하해 내년 3분기 기준금리는 2.5%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인하로 보험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율보다 자산운용수익률이 낮을 경우 역마진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재무건전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마진은 보험사가 보험료를 운용해 얻은 운용자산이익률이 계약자들에게 제공하는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에 미치지 못해 손해를 보는 현상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인하를 앞두고 보험사들의 일시납 계약이 급증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며 “보험사 입장에서 부채 증가의 부담이 있지만, 자산운용 측면에서는 유동성 확보를 통한 이익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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