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모집인 대출' 줄줄이 막았지만…2금융권은 '활개'

KB국민·하나은행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 모집인 대출취급 중단
'풍선효과' 제2금융권에선 모집인들 활발한 활동…2금융권 대출 증가세

2022.1.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요 채널인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취급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카드·캐피탈·보험 등 제2금융권에선 대출 모집인들을 통한 대출 창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강도높은 대출 관리로 시중은행을 통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춤해지는 모양새지만, 카드론과 보험계약대출 증가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취급을 중단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전국에서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입주자금대출 등을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달 2일부터 대출모집법인 관리도 강화한 상태다.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대출모집법인 3개사의 월별 대출 취급 한도를 부여해 관리 중이다.

IBK기업은행도 지난 2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취급을 중단했고, 신한은행 역시 지난달 10일부터 수도권에서 대출모집인 대출을 막은 데 이어 같은달 27일부터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집단잔금대출의 접수를 한시적으로 막았다. NH농협은행은 거래 중인 3개 대출모집 법인의 대출취급 한도가 10월분까지 모두 소진됐다.

대출모집인이란 대출 신청상담과 신청서 접수, 전달 등 은행이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상담사와 대출모집법인을 말한다. 대출모집인은 각 은행의 주요 대출 채널 중 하나다.

현재 주요 은행 중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만 대출모집인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이들 은행은 아직까진 대출모집인과 관련한 추가 시책이 검토되고 있진 않다는 입장이다. 대출모집인의 생계 문제는 물론 취급 중단으로 은행과 연계된 대출모집인들이 이탈할 경우 향후 인력 수급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다른 시중은행들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취급을 닫고 있는 만큼 조만간 이들 은행도 모집인 대출을 중단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 대출 잔액이 올해 들어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붙어 있다. 2024.9.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모집인 대출을 중단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풍선효과로 대출수요가 쏠리고 있는 제2금융권의 대출모집인의 활동은 더 활발해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보험사와 카드사 등을 통한 대출을 홍보하는 내용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고 있다.

한 보험사의 대출모집법인은 '아파트특별VIP 담보대출 안내'라며 "가계대출 (최저) 3.87%, 5년 변동금리", "사업자대출 최저 4.92%" 등의 내용을 홍보했다. 한 손해보험사 대출상담사는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오피스텔 담보대출이 가능하다"며 "후순위 담보대출과 제3자 담보대출이 가능하고, 시세 없는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오피스텔은 감정가 대출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캐피탈사의 대출상담사는 "현금 서비스, 카드론, 제2금융권 신용대출 등의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통합신청 가능하다"며 "사업자금의 경우 KB부동산 시세와 감정가 중 더 높은 시세의 최대 85%까지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것은 아니지만 카드사들의 특판도 늘어나고 있다. 한 카드사는 최근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특별한 이자 혜택"이라며 "장기카드대출(카드론) 특별 이자율을 원리금균등분할상환방식 12개월 이내 기준 연 8.9%로 적용이 가능하다"라고 안내했다. 또 다른 카드사도 "이자율 2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모집인 대출 중단 등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시중은행의 대출 증가세는 주춤해지고 있지만, 보험사 및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의 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 9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8월 말(725조 3642억 원) 대비 5조 6029억원 늘어난 액수다. 역대급 영끌 광풍이 일었던 지난 7월(7조 1660억원), 8월(9조 6259억원) 대비로는 증가세가 꺾인 모습이다.

반면 지난 8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5000억원이 늘었다. 지난 2022년 10월 4000억원이 늘어난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7월 대비 1조원이 감소한 상호금융권(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을 제외하면 1조4000억원이나 늘었다. 여신전문금융회사 7000억원, 저축은행 4000억원, 보험사 3000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 7월말 41조2265억원에서 8월말 기준 41조8309억원으로 한달새 6044억원이나 불었다. 지난해말(38조7613억원) 대비로는 3조원 넘게 늘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