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금융지주-보험 M&A 성사…롯데·MG손보 매각도 힘받나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난항에 빠진 여타 보험사 M&A 주목

우리금융그룹 제공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을 1조 55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동안 난항을 겪던 보험사 M&A시장에서 동양·ABL생명이 먼저 매각에 성공하며 물꼬를 튼 만큼, 여전히 매물로 남아 있는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등의 매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 우리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 지분 75%와 ABL생명 지분 100%를 합쳐 총 1조 5493억 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승인했다. 인수 PBR은 올해 3월 말 기준 동양생명 0.65배, ABL생명 0.3배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6월 동양·ABL생명의 지분을 최대주주인 중국의 다자보험 등으로부터 사들이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최근까지 실사를 진행했다. SPA는 주식을 인수하겠다는 약정으로 MOU보다 구속력이 강하다.

국내 금융그룹의 보험사 인수는 지난 2020년 KB금융그룹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이후 4년 만이고, 보험사 M&A 성사는 2022년 처브그룹의 라이나생명 인수 이후 2년 만이다.

동양·ABL생명의 매각이 성사됨에 따라 여전히 보험사 M&A 시장에 매물로 남아있는 롯데손보, MG손보, KDB생명의 매각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손보는 최근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다. 롯데손보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보험사 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다. 하지만 2조 원대에서 최대 3조 원 수준의 높은 매각가 탓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은 예비입찰에 참여해 실사까지 했지만, 높은 가격 탓에 본입찰에는 응찰하지 않았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손해보험 사업 강화가 필요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가격만 맞는다면 언제든지 롯데손보 인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3차 매각 재입찰에도 불구하고 유찰로 막을 내린 MG손보는 현재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수의계약은 경쟁계약을 하지 않고 임의로 상대를 선정해 체결하는 계약이다.

MG손보의 대주주는 지분 95.5%를 보유한 국내 사모펀드 JC파트너스지만, 지난 2022년 금융위원회가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서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위의 위탁을 받아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예보는 MG손보 매각을 위한 수의계약 기준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계약 기준서가 마련되면 예보가 조건에 맞는 기업들에 M&A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수의계약의 유력한 후보로 메리츠화재 거론되고 있다. 지난 MG손보 3차 재입찰에 메리츠화재가 깜짝 인수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중단하고 아예 자회사 편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위해 실사에 나섰지만, 낮은 자본건전성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했다.

올해 1분기 기준 KDB생명의 경과조치 전 지급여력비율(K-ICS, 이하 킥스)은 44.5%로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킥스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감독원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100% 밑으로 떨어지면 자본금 증액 요구 등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KDB생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약 1조 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부문이 전무했던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성사된 만큼, 손해보험 강화가 필요한 신한금융이나 하나금융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