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주담대 금리 은행보다 낮아져…초유의 '금리 역전'

주요 은행 주담대 금리 하단 3.65%…주요 생보사 3.59%로 0.09% 낮아

가계대출이 1100조 원을 돌파한 13일 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4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2조 원 증가한 1100조 3000억 원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1100조 원을 넘긴 것은 3년 만이다. 2024.3.1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진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 주담대 고정형(5년 주기형) 금리 하단은 3.65%로 삼생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7개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 하단 3.59%보다 0.06%포인트 낮다. 은행 금리 하단은 고객 최저금리로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숫자다.

통상 보험사 주담대 금리는 은행보다 높았다. 하지만 지난달 이후 시중은행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침에 따라 대출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인상된 누적 주담대 금리는 최대 1% 포인트가 넘는다.

반편, 보험사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대체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최근 보험사들은 금리산정의 기조가 되는 국고채 금리 하락에 따라 주담대 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이달 기준 생명보험사 주담대 금리는 3.59~6.83%로 전월 3.82~6.94% 대비 하단은 0.23%포인트, 상단은 0.11%포인트 금리가 하향 조정됐다.

이처럼 보험사 주담대 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진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금융권 일각에서는 신용등급이 높고 안전한 담보가 있는 금융소비자들이 주담대를 받기 위해 은행보다 먼저 보험사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보험사 대출물량은 큰 움직임이 없고 오히려 올해 들어 감소했다”며 “금리 역전에도 대부분의 금융소비자들은 1금융권에서 대출을 알아보고 이후에 2금융을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 증가세로 전환된 이후 주택담보대출과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성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2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감소하고 있다.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수도권 집값 상승세로 인한 가계대출 급증과 관련해 은행 개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이 금리를 쉽게 올린 것으로 비판이 있다면 앞으로는 개입을 더 강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인상한 만큼 보험사들도 다음 달부터 대출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었는데 이 원장이 대출 금리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자 보험사들도 쉽게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보험사의 금리역전 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은행권의 높은 금리로 인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보험사로 금융소비자가 몰릴 수 있는 상황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