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D-200일' 한꺼번에 모든 보험계약 해지…내 보험금 받을 수 있나[영화in 보험산책]

보험사, 보험금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은 자본금 보유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200일을 남긴 웅천시 사람들의 이야기다.

2025년 어느 날 평범한 일상을 살던 웅천시 사람들에게 '전 지구적 중대 발표'가 전해진다. 길이 900m의 소행성 '2012 DINA'가 300일 뒤 지구와 충돌할 것이며 충돌 지점은 북태평양 북위 39도 부근으로 피해 지역은 일본, 한반도, 중국 동부, 인도차이나반도일 것으로 예상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빠르게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혼란에 빠진 시민들을 통제하지만, 전국에서 일어난 약탈과 폭동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고 곳곳은 폐허가 됐으며, 사기꾼들이 판치고 인신매매범들이 창궐한다. 자본과 권력, 정보를 가진 이들은 빠르게 안전한 국가로 이민을 갔고, 평범한 사람들만 한반도에서 종말을 기다린다.

실제 종말 D-200일 소식이 전해지면 많은 사람들은 보험사로 찾아가 보험금과 해지환급금부터 찾을 것이다. 종말 이후에는 보험금과 환급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험에 가입한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계약을 해지한다면 보험사는 고객들에게 보험금 및 해지환급금을 돌려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험사는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모든 보험금 및 해지환급금을 한 번에 지급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RBC)이라는 지표를 통해 건전성을 관리해 왔다. RBC는 보험 계약자가 한꺼번에 보험을 해약할 경우를 대비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의 능력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RBC는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일시에 보험금 지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얼마나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보험업법상 기준치인 100% 미만이면 관리감독 대상이다.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의 건전성 제도도 RBC에서 신지급여력제도(K-ICS, 이하 킥스)로 전환됐다. 킥스는 자산과 부채를 모두 현재가치로 산출하는 건전성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인 제도다.

킥스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보험리스크인 사망, 장해·질병, 장기재물 등에 장수, 해지, 대재해, 사업비에 대한 위험이 추가됐고, 시장리스크도 주식, 금리 위험 관련 측정기준 강화로 됐다. 결국, 킥스 전환으로 리스크 관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보험사는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험금을 자본으로 더 많이 쌓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의 킥스 비율은 214%로 전분기 대비 12.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보험사의 가용자본은 259조 2000억 원이고, 요구자본은 121조 1000억 원이다. 쉽게 말해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험금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