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PO·상폐 제도 개선에…"선의의 피해 우려" vs "합리적 관행 마련"
업계·당국·유관기관 모여 IPO·상폐 제도 개선안 토론
- 김정현 기자, 강수련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강수련 기자 = 정부가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기업공개(IPO)·상장폐지 제도를 개편한다. 단기차익 목적의 IPO 투자를 가치투자로 유도하고, 좀비기업 퇴출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일부 건실한 기업의 피해 및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 세미나'를 열고 IPO 제도 및 상장폐지 제도 방안을 발표했다.
IPO 제도에 대해서는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확대 △수요예측 참여자격·방법 합리화 △주관사 역할·책임 강화 등 세 가지 방안의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기존 '단기차익 목적 투자'가 '기업가치 기반 투자' 중심으로 변화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상장폐지 제도와 관련해서도 기업의 회생기회·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적절한 퇴출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상장폐지 요건 강화 △상장폐지 절차 효율화 △투자자보호 보완 등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조명현 고려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정부 및 유관기관, 학계·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김준만 코스닥협회 상무는 "코스닥 상장폐지 시총 기준이 발표되면 시총 300억 대 기업들이 퇴출 리스크로 주가하락이 예상돼 선의의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실제로 한 코스닥 기업의 경우 매출은 3년 동안 꾸준히 700억 대를 유지고 당기순이익도 60억 대를 기록하고 있는 건실한 기업이지만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해 시총은 300억 대 아래에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시총 미달로 상장폐지되는 기업의 경우 이의신청없이 바로 퇴출되는데, 이를 보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시총 기준을 낮추거나, 시총으로 인한 상폐의 경우에도 이의신청 기회를 부여해 옥석가리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시장 위축 우려도 제기됐다.
홍성관 라이프자산운용 부사장은 "IPO에 대해 적정 공모가 보다 분위기에 따라 흥행 여부가 결정되는 측면이 있어 가격 왜곡이 일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중소형 자산운용사나 새롭게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들에게는 (이번 IPO 수요예측 자격 강화로) 어느정도 위축될 수 있는 환경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IPO를 주관하는 증권업계에서도 주관사의 부담에 대해 걱정하는 의견이 나왔다.
유승창 KB증권 본부장은 "(시장 분위기에 따라) 의무보유확약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있는데 그럼 주관사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코스닥의 경우 경우 주관사가 IPO를 보수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고, 물량 공급 감소가 모험자본의 선택에 영향을 줄 우려가 드는데 주관사 수익성도 고려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유 본부장은 "또 코스닥의 경우 기관투자자 배정물량이 20%에 불과한데, 코스피도 50%의 물량을 갖고 (이번 개선 방안에 포함된) 코너스톤을 어느정도 실효성 있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든다"며 "또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늘어날 경우, 상장 초기 유통물량이 굉장히 적어질 수 있는데,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송창근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이번 (좀비기업) 퇴출 제도의 경우 굉장히 긍정적으로 발전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이번 상폐 제도 개선사항에 대해 관련해서 특히 공시 부분이 눈에 띈다"며 "투자자와 거래소, 감독기관의 정보 비대칭성이 가장 심하게 두드러지는 부분이 개선사항에 대한 부분인데, 이를 공시함으로써 그 부분이 완화된 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국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시장의 우려에 대해 이해하면서도,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제도 시행 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이미영 한국거래소 상무는 "시가총액 상향폭이 너무 크지 않느냐는 우려의 경우, 시총은 회사에 대한 시장의 객관적 평가 기준이기 때문에 매출과 같은 재무요건과 똑같이 취급하기는 어렵다"며 "(상폐 유예기간도 이야기했는데)일정 기간 시총 요건에 미달된 경우 일단 관리 종목으로 지정이 되고, 다시 또 일정 기간을 시총의 흐름을 보고 나서 상장 폐지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자동으로 이미 이제 어느 정도의 개정 기간이 부여 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형규 금융투자협회 상무 역시 "(IPO 때 의무보유확약 확대를 하면) 유통 물량이 부족하면 불공정거래가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두 가지를 같이 잡는 건 쉽지 않다"며 "(이번 제도개선 방안은) 묻지마 청약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고, IPO만은 제대로 해서 시장을 투명하고 정상화되도록 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답했다.
정 상무는 "불공정 거래가 발생할 경우, 거래소의 시장감시 시스템이나 금감원 시스템을 통해 대응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준호 금감원 공시심사국장은 "IPO 공모가 산출에서 적정 공모가가 사실 정답이라는게 없기 때문에 제도 개선에도 애로사항이 있었다"며 "다만 최근 소위 '뻥튀기 상장' 문제가 있었고, 공모가 밴드 상단 이상에서 결정되는 현상이 지난해에도 많이 발생하고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무보유확약이나 기관 참여 자격 문제 등 이번 제도 개선 방안은 본질적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라며 "제도 논의 과정에서 여러 업계의 이야기를 들었고, 얼마나 효과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향후 부작용 없이 정책 효과를 달성하도록 사후 관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상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이번 제도 개선 방안은 주식시장 밸류업에 대한 컨센서스가 있는 상황에서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라며 "IPO에서 투자자와 주관사의 견해가 다른데 규율로는 해소할 수 없는 사안으로, 이번 제도 개선은 합리적 관행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넛지'"라고 설명했다.
고 과장은 "단기적으로 좀 부담이 있었겠지만, 이번 제도가 잘 정착이 되면 좀 더 유연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고 덧붙였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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