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은 지났다"…'어닝쇼크'에도 삼성전자 주가 올린 '역발상 투자'
시장 기대치 밑돌아도 '역사적 하단' 저가매수 수요에 상승 마감
"낙폭 과대·실적 대비 저평가 여부가 주가 변수될 것"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4분기 실적 시즌 포문을 연 삼성전자 주가가 부진한 실적에도 상승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사례에서 나타난 '역발상적' 투자 심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전일 대비 1900원(3.43%) 오른 5만 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전날 개장 직전 2024년도 4분기 매출액이 75조 원, 영업이익이 6조 5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시장 기대치(매출액 77조 4035억 원, 영업이익 7조 9705억 원)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어닝쇼크'에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761억 원, 23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실적 부진 우려가 주가에 선반영됐고,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저점매수 수요도 작용했다. 증권가는 현재 삼성전자 주가가 역사적 하단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월 9만 6800원 고점을 찍고 지난해 11월 4만 9900원까지 내린 바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이 0.8배로, 실적이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현 주가 수준을 '역사적 하단'으로 표현하며 "바닥 통과 기대감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메모리 다운사이클 진입 당시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삼성전자는 실적 쇼크를 기록했지만 저가 매수 수요가 몰리면서 이번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4분기 삼성전자 잠정 영업이익은 10조 8000억 원이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13조 9000억 원을 대폭 하회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부진한 실적에도 2019년 1월 삼성전자 주가는 19.25% 상승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는 극히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며 "2019년과 같이 '최악은 지났다'는 논리로 과거의 저점인 1.1배 수준까지 반등을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4분기 실적 시즌엔 이같은 역발상적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순히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했는지 하회했는지를 넘어 시장의 우려보다 더 좋거나 나쁜지, 현 주가가 이미 불안을 선반영했는지가 관건이라는 것.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역발상 투자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최우선 조건은 낙폭과대이거나, 실적 전망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져 저평가됐는지 여부"라며 "이러한 투자 조건을 데이터로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4분기 실적 시즌 투자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낙폭과대 업종(7월 11일 고점 이후 수익률)으로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자동차를 꼽았다. 실적대비 저평가 업종에는 △자동차 △은행 △보험 △상사/자본재 △건설 △소매(유통) △호텔/레저 △유틸리티를 거론했다.
seunghe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