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조 ETF 시장, 숨 막히는 점유율 전쟁…"400억이면 순위 바뀐다"
1위 자리 '삼성 vs 미래에셋' 쟁탈전…"점유율 2.8%p차"
400억원 차이로 좁혀진 3위 자리…'KB vs 한투' 박빙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위 자리를 다투고 있고,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3위 경쟁 중이다.
지키려는 곳과 넘어서려는 곳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유율 격차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에는 단 하루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이 KB자산운용을 제치고 3위에 오르기도 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 규모는 지난 7일 기준 176조 3543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초 시장 규모가 121조 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55조 원 넘게 커졌다. 1년 사이 현대자동차 시가총액(44조 7104억 원)보다 더 많은 돈이 유입된 셈이다.
돈이 몰리면서 운용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1위 자리를 두고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맞붙었다.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38.58%이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5.78%로 격차가 2.8%포인트(p) 차이에 불과하다. 자산총액은 5조 원 가까이 차이 난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점유율이 2.08%p나 줄었지만, 올해는 0.41%p 늘면서 1위 자리 수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우석 대표는 취임 후 "ETF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운용 인프라 확장과 성과 창출에 힘쓰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추격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개인 순매수 1위에 오르며 선방했다. 점유율은 지난해 0.79%p, 올해는 0.32%p 줄면서 주춤하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투자하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AI반도체나스닥 ETF'를 선보이는 등 혁신 상품을 통해 역전을 노리고 있다. ETF 저변 확대를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1위 경쟁보다 더 치열한 건 3위 쟁탈전이다. KB운용과 한국투자신탁이 경쟁 중이다. 이날 점유율은 KB운용 7.56%, 한투신탁 7.54%로 0.02%p에 불과하다. 자산총액 차이도 400억 원이 채 안 된다.
한투신탁은 지난해 빅테크 ETF를 통해 점유율을 2.67%p 끌어올리며 급성장했다. 반면 KB운용은 ETF 이름을 'KB스타(KBSTAR)'에서 '라이즈(RISE)'로 바꾸며 마케팅에 열을 올렸지만 점유율이 0.22%p 빠졌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27일에는 단 하루지만 역전당하기도 했다.
연말 자금 리밸런싱에 따른 일시적 자금이탈이지만, KB운용 입장에서는 충격이 크다. 결국 김찬영 KB운용 ETF사업본부 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격차가 좁혀지면서 한투신탁은 올 1분기라 역전을 기대하고 있고, KB운용은 3위 사수에 열을 올릴 상황이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5위는 신한자산운용이 차지했다. 점유율은 3.18%로 지난해 0.94p%, 올해 0.04%p 늘리며 존재감을 확대했다.
이어 키움자산운용(2.11%), 한화자산운용(1.95%), NH아문디자산운용(0.95%) 순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으로 자금이 지속해서 유입되면서 운용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며 "점유율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다들 적극적으로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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