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워야 산다" 자기자본 확충 나선 증권가…새해에도 '박차'

사업 영역 확대·안전망 강화…전년 3분기 자본 총계 90조원 돌파
종투사 지정·초대형 IB 추진사 다수…올해도 자본확충 지속 전망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2024.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증권사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몸집 불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가 사업 확장부터 리스크 관리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대형사, 중소형사 가리지 않고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시장 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증권가는 올해도 자본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증권사 61곳의 자기자본 총계는 90조 7565억 원으로 전년 동기(84조 9583억 원) 대비 5조 7982억 원(6.82%) 증가했다. 직전 분기(87조 6688억 원)와 대비하면 3조 877억 원(3.5%) 증가했다. 매 분기 1조원 수준 증가세를 보이던 증권사 자기자본은 최근 들어 증가 폭이 가파르게 확대됐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시장 환경이 크게 악화하자 지속 가능한 수익을 위한 안전망 강화 유인이 커졌다. 자기자본이 클수록 예기치 못한 손실도 흡수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확대된다. 자기자본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할 수 있는 사업 범주가 늘어난다는 점도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에 적극 나선 이유다.

일례로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은 기업 신용공여 업무가 가능해져 더 많은 기업금융(IB)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는 종합투자사업자(종투사) 등록 요건을 만족하게 된다. 4조 원 이상부터는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한 초대형 IB 신청이 가능하다. 그 이상은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신용공여·발행어음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이에 지난해에도 증권사들은 앞다퉈 자기자본 확대에 나선 바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2023년 3분기 자기자본 2조 1702억 원에서 1년 만에 3조 1180억 원까지 약 1조 원가량 불렸다. 그 결과 지난달 24일 국내 10번째 종투사로 지정됐다. 더불어 초대형 IB 지정 요건을 위해 서울 중구 본사 사옥인 '대신343' 리츠 상장을 추진 중이다. 3.3㎡당 4000만원 이상 평가로 상장 예상 금액은 약 65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 자기자본이 9조 1719억 원으로 늘게 됐다. 이에 따라 한도가 거의 찼던 발행어음 규모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는데, 올해 9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은 16조 4865억 원으로 당시 자기자본 기준 한도인 17조 7438억 원에 근접한 상황이었다.

현대차증권도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안정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신음 중인 현대차증권이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자본 적정성 개선으로 신용도 하향 압력이 감소할 것으로 신용평가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현대차증권 자기자본은 1조 2931억 원이다.

이미 자기자본 4조원 요건을 채워 초대형 IB 인가를 준비 중인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 하나증권도 자기자본 추가 확충에 적극적이다. 지난 9월 기준으로 메리츠증권은 6085억 원,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은 각각 2918억 원, 1484억 원의 자기자본을 늘렸다.

새해에도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확충 움직임은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사업, 특히 IB는 자본력 싸움"이라며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사업 역량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대형사들이 추진 중인 글로벌 사업에서도 충분한 자기 자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신용도와 수익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도 자기자본 확충은 필수"라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