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부자들 "올해 투자 '오리무중'…투자 희망 국가는 미국"

삼성證 SNI 고객, 금융시장 사자성어로 '오리무중'·'교토삼굴' 꼽아
"주식 비중확대" 응답도 62.5%→44.9%로 급락

(삼성증권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국내 고액 자산가들은 2025년 금융시장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금융 환경'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 금융 환경'으로 예상했다.

2일 삼성증권은 자산 30억 원 이상 SNI 고객 341명을 대상으로 '2025년 주식 시황 전망 및 투자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밝혔다.

SNI는 삼성증권의 초고액 자산가 대상 전용 브랜드다. 이들은 새해 금융시장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오리무중'(어떤 일에 대해 방향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음)과 '교토삼굴'(꾀 있는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놓는다)을 각각 30%씩 선택했다.

이외에도 △전전긍긍(두려움이나 걱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 14.1% △고진감래(일시적인 손실이나 어려움을 견디고 버티면 결국 수익을 얻을 수 있음) 12.8% 등 대부분의 응답자가 녹록지 않은 2025년 새해 금융시장을 전망했다.

삼성증권 측은 "사자성어를 통해 바라본 고액 자산가들의 내년 주식 시장 기대감은 작년에 비해 소폭 낮아졌다"며 "작년에는 '거안사위', '다다익선', '상전벽해' 등을 선택해 긍정적인 시장을 전망한 응답자가 77%에 달했으나, 올해에는 그 비율이 50% 수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불확실성에 돌아오지 않는 투심… "국장 반등 올해 2·3분기 예상"

새해 코스피의 연말 지수 상승률을 물어보는 질문에도 작년에는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 응답자가 약 80%에 육박했으나, 올해에는 5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선택한 2025년 코스피 지수의 평균 등락률은 약 5.2%로 나왔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한국 시장의 상대 밸류에이션 매력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하지만 국내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투심이 쉽게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주식형 자산의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비율은 44.9%로 지난해(62.5%)보다 크게 하락했다.

주식형 자산의 비중을 확대하고자 하는 응답자들이 투자를 희망하는 국가로는 미국(47.8%)이 우리나라(40.6%)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47.3%, 미국이 39.5%였으나 역전됐다.

국내 주식 시장의 반등 시기 및 최적의 매수 타이밍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2025년 2분기가 38.5%로 가장 높았고, 3분기도 30.4%로 그 뒤를 이었다.

유망 업종도 확인한 결과, 지난 2024년 미국 시장을 주도했던 AI·반도체 업종이 38.2%로 작년(50.6%)에 이어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다만 AI·반도체를 선택한 비중은 지난해보다는 다소 낮아졌고, 대신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이 22.5%를 기록해 지난해 1.7%에 불과했던 것과 대비해 크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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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미국 국채·미국 주식형 랩·국내 롱숏 펀드 추천

삼성증권은 이러한 불확실성 높은 금융환경에 대비해 '교토삼굴'(꾀 있는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놓는다)'처럼 2025년을 준비하는 유망 자산으로 △미국 국채 △미국 주식형 랩 △국내 롱숏 펀드를 꼽았다.

삼성증권 측은 "트럼프 당선 및 매파적이었던 FOMC 이후 높아진 금리 수준으로 캐리 수익이 매력적 레벨에 진입했다"며 "글로벌 주식시장 내 최고의 대안인 미국에 투자하되, 미국 주식형 랩으로 검증된 매니저의 간접투자 능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추천했다.

또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부진한 내수, 피크아웃하는 수출로 낙폭이 과대한 상황인데 이러한 변동성 확대, 업종 차별화 구간에 롱숏 펀드를 활용해 알파 수익 창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국내 증시에 있어 △기업 이익의 상향 조정 △상대적, 절대적으로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트럼프 공약 중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되는 부분을 언급하며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S&P500과 나스닥 지수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각각 11.3%, 11.7%의 상승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 이상 초과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응답자도 각각 5.3%와 3.5%나 나왔다.

다만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미국 시장 전망에도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어려운 이유로 환율을 꼽았다. 응답자의 41.0%는 환율 전망이 어려워 미국 주식 투자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최근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증권사와 SNS의 종목 토론방 미끼 정보가 투자를 방해한다는 의견도 29.1%에 달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새해에는 트럼프 집권 2기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정세, 전 세계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금리 변화 등으로 투자자들이 느끼는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소폭 확대됐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선호가 내년에도 여전히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경우에도 교토삼굴처럼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측면에서 반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고려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