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반성문'…"中 약진 간과했고, 韓 시장 문제 과소평가했다"
"한국 경제와 증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중국"
"한국 주식시장의 누적된 문제 과소평가"
-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신영증권(001720) 리서치센터가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엇나간 증시 전망에 대한 '반성문'을 작성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신영증권 소속 연구원 15명은 30일 '2024년 나의 실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2022년부터 매년 말 발간된 신영증권의 자기반성적 보고서는 올해로 3년째다.
김 센터장은 보고서에서 "2024년의 가장 큰 실수는 중국 기업들의 약진을 간과했다는 점"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중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글로벌 2위라는 큰 덩치이기 때문에 웬만한 자극으로는 항모의 방향을 돌리기 힘들지만 개별 기업들의 약진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렴해 보이는 밸류에이션이 더 싸지는 '밸류트랩'(value trap)에 대해서는 늘 경계가 필요한데 여러 걱정이 많은 한국 경제와 증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중국이 아닌가 싶다"며 "2025년에는 한국 주식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지만 중국에 치이는 종목에 대해서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 영향력은 특히 전기차 시장과 반도체 시장에서 뛰어나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전기차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놀랍다"며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와 닛산의 합병 추진과 독일 폭스바겐의 공격적인 구조조정은 중국차의 부상에 대한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에 대한 걱정은 꼭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뒤처진 데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범용 디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주식시장의 문제를 과소평가했다고 반성한 연구원도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내내 필자가 가장 많이 쓴 리포트의 주제는 밸류업과 거버넌스와 관련된 것인데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정도로 해결될 리 만무하다"며 "필자의 가장 큰 실수는 한국 주식시장의 누적된 문제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은 연초부터 빠르게 달아올랐지만 그만큼 식는 속도도 빨랐다"며 "켜켜이 누적된 문제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업과 투자자, 대주주와 소액주주, 유보와 분배의 균형추를 잡기 위한 노력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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