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피한 임원들의 '꼼수매도'…신뢰잃은 루닛, 기관 대거 이탈
8월부터 1300억 순매수한 기관, 이틀만에 320억 던져
공시 의무 피한 임원들의 '49억 9993만원' 블록딜
-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의료용 인공지능(AI) 관련 코스닥 상장사 루닛(328130)이 임원들의 사전공시를 피하기 위한 '꼼수 매도' 소식에 연일 하락세다. 루닛은 '회사 펀더멘탈에는 문제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신이 팽배한 분위기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루닛은 전일 대비 3800원(5.05%) 하락한 7만 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루닛은 전날에도 전거래일 대비 8600원(10.26%) 하락마감한 바 있다.
이같은 루닛의 약세는 임원 및 주요주주의 시간외매매(블록딜) 소식 때문이다.
루닛은 지난 18일 장 초반 임원들의 블록딜 사실을 공시했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지난 18일 개장 전 △팽경현 상무이사(6만 4156주) △유동근 상무이사(6만 4156주) △박승균 상무이사(6만 4156주)△이정인 이사(6만 4156주)△박현성 상무이사(6만 4156주) △옥찬영 상무이사(9554주)는 주당 7만 7934원에 보유주식 각 수량만큼 블록딜로 처분했다.
현 임원은 아니지만 주요주주인 장민홍 공동 창업자(전 최고사업책임자)도 보유 중인 5만 주를 7만 7934원에 블록딜로 매도했다.
루닛 투자자들은 루닛 임원들이 1인당 매도 수량을 6만 4156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사전 공시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24일부터 시행된 '상장사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는 '거래수량이 발행주식 총수의 1% 미만'과 '거래금액 50억 원 미만'을 사전공시의무를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처분단가(7만 7934원)를 고려할 때, 루닛 임원들의 1인당 매도금액은 49억 9993만 3704억 원으로 딱 1주 차이로 사전공시의무 제도를 면제받았다.
투자자들은 이같은 루닛 임원들의 행태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라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내부정보에 정통한 임원들이 사전공시까지 피해가며 주가 '고점'을 노려 수백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주장이다.
루닛은 지난 5월 유방암 검진특화 AI 기업 볼파라를 인수한 뒤, 지난 8월 발표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며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이번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지난 17일까지 기관은 루닛을 1326억 원 순매수하며 루닛의 주가를 3만 5400원에서 8만 5800원까지 2배 이상 끌어올렸다.
그러나 임원들의 매도 소식이 알려진 지난 18일과 19일 겨우 이틀 사이 기관 투자자는 루닛을 324억 원 순매도하며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특히 사모펀드는 208억 원, 연기금이 117억 원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개인은 94억 원, 외국인은 220억 원 순매수했다.
루닛 측은 심상치 않은 투심 악화에 임원들의 주식 매도가 '회사의 성장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임원들의 주식 매도 이유에 대해서는 "작년 회사가 진행했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임원이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며 "이번 블록딜은 대출금 상환을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18일 백승욱 이사회 의장이 7만 7296원에 6456주를, 서범석 대표이사가 7만 7247원에 1291주를 장내매수한 점도 강조했다. 총 5억 9874만 원 규모다.
투자자들은 종목토론방 등에서 "296억 원 팔아치우고 겨우 6억 원 매수했느냐", "이러니까 국장(국내주식)은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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