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부담보다 높은 수익률…서학개미 美 주식, 美 펀드로 '엑소더스'

북미주식형 펀드 설정액 일주일새 9300억 늘어…美 주식도 10조가량 급증
S&P500 28% 증가, 코스피는 -3.62%…당분간 유지될 듯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16p(1.29%) 하락한 2,456.81, 코스닥 지수는 4.06p(0.58%) 하락한 694.47로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종가 대비 3.9원 오른 1438.9원을 기록했다. 2024.12.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탄핵 정국'에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의 해외주식 거래까지 가속화되며 달러·원 환율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 환헤지 부담에도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이주에 당분간 달러 강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종가 기준 전 거래일 1435원 대비 3.9원 오른 1438.9원에 마감했다.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지난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최고치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북미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7일을 기준으로 지난 1주일 동안 9313억 원이 증가했다. 탄핵안 부결 이후 정치 불확실성이 컸던 이 기간에 국내주식형 펀드에서는 1262억 원이 빠져나갔다.

직접 해외주식 투자도 지난 일주일 사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1144억 9117만 달러(164조 81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예탁원이 자료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지난 3일 1070억 3735만 달러(154조 802억 원) 대비 해당 기간에 국내주식 투자자가 예탁원에 맡긴 외화증권 규모는 약 10조 7000억 원(6.96%) 늘어난 것이다. 정국 불확실성에 '서학개미'들이 해외로 빠르게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증권사별 연초 대비 현재까지 해외주식 자산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달 6일 기준 해외주식 자산규모가 30조 원을 돌파했고,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11월 초 기준 잔고가 36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에 더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증권 투자가 늘면서 달러·원 환율도 143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8월 낸 보고서에서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은 2023년말쯤 800억 달러로, 일반정부를 제외한 민간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내외로 급속히 확대됐다"며 "개인투자자의 공격적인 투자행태와 급속한 투자규모 증가로 국내 환율상승 압력 등 외환수급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달러 기조에도 해외주식의 수익률이 국내주식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개인들의 미국 주식 이주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뉴욕 3대지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은 지난 1년간 28.71% 올랐으나 코스피는 1년간 되레 3.62% 내렸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까지 미국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에 고환율에도 수익률이 더 높을 거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미국 주식 투자가 더 쉬워지면서 일정 부분 자산이 미국 중심으로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주식의 수익률이 개선된다면 국내 주식 비중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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