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동력'에 찬물 끼얹은 야당…인센티브 없이 지배구조 개선 강행
-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가 되고, 여당 당대표도 사퇴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정책도 정책 추진 동력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현재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도 '밸류업'의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방향성이 다르다. '인센티브'로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 윤 정부와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지배구조 문제 개선'에 방점을 두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밸류업 세제 혜택이 전면 백지화되면서 기업들의 밸류업 추진 의지도 약화되고 있다.
이날 무산된 세제혜택은 정부가 지난 7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통해 발표한 △주주환원 증가액 5% 법인세 세액공제 △2000만 원 초과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밸류업 기업 가업상속 공제 2배 확대 등이다.
세제혜택은 밸류업 정책의 핵심 인센티브로 상장사들의 기대를 모았던 정책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밸류업 정책은 사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한 건 아니고, 정부에서 주도하면서 인센티브 기대감들이 맞물려 추진되고 있던 것"이라며 "야당이 세제 인센티브를 반대하고 있어 불안감이 있었는데, 축소도 아니고 아예 없던 일이 돼버렸으니 기업들 입장에서 굳이 밸류업을 할 유인이 사라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의원이 세제혜택 필요성을 주장하는 발언을 하는 와중에도 야당 측에서는 법안 내용보다 "내란이나 먼저 반성하라", "탄핵이 밸류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등, 최근 계엄·탄핵 정국으로 여당의 발언력이 약해진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정부는 흔들림 없이 밸류업 등 현안을 일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균열'이 관측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코스피 14개사, 코스닥 5개사 등 겨우 19곳에 불과했다.
지난달 코스피 43개사, 코스닥 5개사 등 48개사가 기업가치제고계획을 공시한 것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인센티브를 통한 기업 자율 참여를 유도하던 정부·여당의 밸류업 정책이 흔들리는 것과 달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배구조 개선'에 방점을 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민병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상장법인의 물적분할시 분할 법인의 신주 50% 이상을 소액주주에게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앞서 금융위원회가 '쪼개기 상장'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공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보다도 훨씬 강화된 안이다. 금융위의 개정안은 공모 주식의 최대 20%를 모회사 주주에게 배정하도록 했다.
당초 금융위 개정안은 상법에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를 명시하는 '상법 개정'이 기업들의 부담이 크다는 의견을 수렴해 상법개정의 대안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야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별개로 상법 개정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비상경제점검회의를 마치고 "상법 개정안도 그대로 추진하고 내란 사태 때문에 예정됐던 상법 디베이트도 연말 이전에라도 곧바로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정권이 바뀐 뒤에도 밸류업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미 정부 예산안을 깎았는데, 명분상 세제혜택을 제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밸류업을 하더라도 소액주주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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