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에 요동친 증시…변동성 장세 속 투자자별 전략 갈렸다
'밸류업 약화' 금융주 던진 외인…'배당 수익률' 물량받은 기관·개인
대형 수출주 산 기관·방산주 저가매수한 외인…"바닥 다지는 중"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계엄령 사태로 시장이 흔들린 가운데 투자자별로 매수 전략이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주를 던졌지만,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주를 집중 매수했다. 기관은 수출주와 인공지능(AI)주를, 외국인은 방산주를 사들였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11일 기관 투자자들은 2조 6040억 원을 순매수하며 시장 하방을 받쳤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7252억 원, 개인 투자자들은 2조 3150억 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주로 대형주 매수에 힘썼다. 원화 약세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수출주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AI 소프트웨어 관련 종목을 샀다.
이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 2위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로 각각 4839억 원, 1827억 원 순매수했다. AI 기술을 접목한 사업을 다수 진행 중인 카카오(1250억 원), 네이버(035420)(1250억 원)도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 현대차도 각각 908억 원, 601억 원 사들였다.
여기에 계엄령 사태 초기 낙폭이 두드러졌던 금융주들도 집중적으로 샀다. 기관은 KB금융(1216억 원), 신한지주(667억 원)도 2000억 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금융주들은 주가 하락으로 배당 수익률이 높아진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들도 금융주를 노렸다. 같은 기간 개인의 순매수 상위 3개 종목은 △KB금융(105560) 3021억 원 △하나금융지주(086790) 1342억 원 △신한지주(055550) 866억 원이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도 455억 원 순매수로 10위권 내에 포함됐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주를 던졌다.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 정책 수혜가 금융주에 몰렸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인들은 KB금융(4350억 원), 신한지주(1662억 원), 하나금융지주(880억 원) 등 3개 종목에서만 6900억 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883억 원), 현대로템(637억 원) 등 가격 조정된 방산주에 자금을 투입했다. 이외에도 기관처럼 수출주, AI 소프트웨어 종목을 사들였다. 네이버(1974억 원), SK하이닉스(1804억 원)는 외국인 순매수 1, 2위에 이름을 함께 올렸다.
계엄 사태로 급락했던 시장이 최근 반등하면서 앞으로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될지 주목된다.
4~11일 코스피는 2500.10에서 2442.51로 57.59포인트(2.30%) 하락했다. 지난 4~9일로 기간을 좁히면 5.58%까지 대폭 내렸으나, 최근 이틀 연속 지수가 회복되며 내림 폭을 줄였다. 코스닥도 2.15% 하락으로 낙폭을 축소했다.
증권가에서는 현 상황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치적 상황은 불안하지만 경제적 펀더멘털을 고려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강한 반등 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으나, 저점을 확인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투매가 나오지 않는다면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추가 하락 공간이 많지 않아 불안 심리에 따라 등락을 이어가며 저점을 다지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찬성으로 속속 입장을 바꾸면서 이번 주말 표결에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서 탄핵이든 하야든 방향성이 정해져야 증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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