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공들인 '기회의 사다리'…한 번에 걷어찬 尹[기자의눈]
- 문혜원 기자
증시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자 국민의 자산 축적을 지원하는 '기회의 사다리'다.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현직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은 또 다시 거래소를 찾았다. 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라는 주제로 민생 토론회를 직접 주재했다. 연이어 '증시는 기회의 사다리'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한 것이다.
이에 맞춰 금융당국은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인 만큼 증권가는 올해 내내 밸류업 열풍이 불었다.
초기에는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저평가 종목'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투자자들은 단순 '저PBR 종목 찾기'에 열중했다. 이후 여러 시장 참여자의 노력이 합쳐지며 밸류업의 의미가 점차 구체화됐다.
거래소와 유관기관은 정부 발표가 나오자마자 밸류업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후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를 바탕으로 밸류업을 이뤄내자는 공통의 목표를 세웠고 공시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거래소는 밸류업 공시 참여를 독려하는 수십 개의 행사를 열었으며 상장사들은 개념도 생소했지만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 또 회계법인은 상장사들의 공시 지원에 나섰다.
그런데 윤 대통령 스스로 기회의 사다리를 걷어찼다. 기습 비상계엄 선포로 1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정치 불안에 국내 주식 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밸류업은 커녕 글로벌 증시 최약체라는 오명만 커졌다. 비상계엄이 지나간 자리엔 정치 테마주만 날뛰고 있다. 신뢰를 잃은 국내 주식 시장은 사다리를 재건하기 위해 또 몇 배의 노력을 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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