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계엄사태'에 증권가 "정치 불확실성에 증시 변동성 당분간 확대"

외국인 매도세·원화약세·펀더멘털 약화 등도 우려점
"2400선 하방 지지" 의견도…서비스업 등 방어주 추천

윤석열 대통령이 간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에 막혀 계엄을 해제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국내 증시가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금융당국의 유동성 공급 조치 등으로 예상보다 낙폭은 작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증시 변동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36.1p(-1.44%) 하락한 2464.00로 장을 마쳤다. 특히 전날 순매수로 돌아선 외국인들이 이날 4078억 원을 팔아치우며 코스피를 떠났다.

이날 개장 직전엔 4% 하락이 예상됐으나, 금융당국이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매입 등 시장 안정화 조치가 이어지면서 낙폭은 2% 안팎을 오가며 제한적이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만에 철회하면서, 국내 증시는 전날 이미 한바탕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스피 200 야간선물 지수는 이날 0시19분 기준 313.15까지 밀렸으나, 해제요구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다시 322선을 회복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대다수 증권들은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소집해 간밤의 상황과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부터),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야6당이 공동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계엄 사태가 짧은 시간 내에 정리됐으나,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발의되는 등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가 약화된 상황도 우려할 만한 지점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006800) 리서치센터장은 "계엄이 해제되고 유동성 공급 등 금융당국의 정책으로 코스피 지수가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 정치적 상황이 곧바로 안정되는 게 아니라 더 나쁜 상황도 염두에 두어야 하고, 불안한 환율과 외국인 매도세 등을 계속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박 센터장은 "정치 상황이 얼마나 빨리 안정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탄핵 정국이었던 2016년에는 하반기 경기가 회복 국면이었지만 현재는 가라앉고 있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만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탄핵 정국이던 2016년 4분기~201년 1분기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정치적 불안은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11월 국내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고, 2024~2025년 코스피 영업이익 추정치까지 하향 조정되고 있어 펀더멘탈도 약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이날 한국의 신용등급(AA)에 당장 영향을 주지 않을 거란 입장을 밝혔으나, 정치 불확실성이 이어진다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030490) 수석연구원은 "향후 코스피는 약세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며 "정치·경제 불확실성은 중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환율이 1400원대를 훌쩍 넘은 원화 약세 상황도 국내 증시에는 부정적인 요소다. 김 수석연구원은 "원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거란 경계감에 해외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며 "환율 안정화조치가 명확하게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주식시장에 불리한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코스피가 2400선에서 하방을 지지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001290)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 0.8배선은 미국 또는 글로벌 경기침체 현실화 당시 심리·수급 충격을 반영한 투자전략 측면의 마지노선"이라며 "정치 불확실성 극대화 관련 추가 여진을 상정하더라도 당장 경제/증시 펀더멘탈을 뒤흔들 변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로서는 국내외 정치상황에서 벗어나 있는 기업들을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은 경계해야 하고, 현 정부의 정책기조에 부합했던 원전과 금융 리스크에 노출된 은행 등도 단기 변동성에 노출될 것"이라며 "음식료, 통신, 서비스 등 방어적 특성을 보유한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박 센터장은 "어떤 상황이든 실력이 좋은 기업들을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며 "기존에 실적이 좋았던 전력기기, 조선, 방산주와 더불어 미중 무역분쟁과 무관한 서비스업, IT서비스, 소프트웨어 등을 중심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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