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보호 장치,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에 담는다…'공'은 이제 국회로
정부·여당 "자본시장법 개정 통해 일반주주 보호장치 마련"
공은 국회로…여야 합의 따라 법 개정 진행될
- 신건웅 기자,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박승희 기자 = 정부·여당이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규제'로 선회했다.
국내 모든 주식회사에 상법을 적용하는 것은 실익보다 부작용이 크다고 보고 자본시장에 상장된 회사에 대해서만 일반주주 보호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경제계에 미치는 부작용은 줄이면서, 실효성은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여야 논의를 거쳐 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2일 금융위원회는 상장법인의 합병이나 물적분할 등 지배주주 판단으로 인해 일반 주주의 이익 침해가 우려되는 주요 사안에 대한 주주 보호 방안을 두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거론됐지만, 재계 반발에 정부·여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규제'로 선회한 모습이다.
그동안 재계가 상법 개정과 관련해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 자본의 악용 가능성을 제기한 우려를 반영했다. 상법 개정은 소송 남발과 해외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이사회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어렵게 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저해해 기업과 국내 증시의 밸류다운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에 지난달 9일 한국경제인협회와 국내 주요 기업 사장단이 9년 만에 긴급성명을 내기도 했다.
특히 상법은 상장사 뿐 아니라 비상장사와 중소, 중견기업까지 적용된다. 가뜩이나 힘든 중소기업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대신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과 두산, 고려아연 등 특정 대주주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 이익이 훼손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자본시장법에 '재무적 거래'의 주주 보호 노력 조항을 둠으로써 상법 개정으로 우려되고 있는 부작용을 해소하면서 실효적인 주주 보호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일반적으로 손익거래의 경우에는 대부분 회사와 주주의 이해가 일치하는 반면, 합병·분할 등 재무적 거래의 경우에는 회사와 주주 또는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 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 일반주주 보호 문제도 이러한 재무적 거래에서 다수 발생했다"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택한 배경을 밝혔다.
특히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상법 개정 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절차적 성격의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절차 준수 시 거래의 적법성과 이사회 면책이 보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이라며 "상법상 이사회 충실 의무 대상에 회사와 주주를 병기하는 실체적 의무규정 방식에 비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상법은 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법으로, 선의로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경우 제도 개정의 의미가 크게 훼손된 그런 사례를 우리는 드물지 않게 목격한 바 있어 이런 점을 감안해 일반 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 합의가 관건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경영의 대원칙에 '일반 주주 고려'를 넣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임시방편적 대책"이라며 "소액주주의 피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거나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직면한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와 한국 자본시장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상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과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LG에너지솔루션, 두산밥캣 사례에서처럼 물적 분할이나 인수 합병 시 소외될 수 있는 소액 주주의 권리를 보장할 필요에 대해선 자본시장법으로 '핀셋'으로 규제하자는 게 국민의힘 논리다.
일부에서는 여야가 '자본시장법'으로 극적 협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핀셋 규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후 "핀셋 규제를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지면 굳이 상법 개정을 안 해도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핀셋 규제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맞는 말"이라고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의 밸류업을 위해 일반주주 보호가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인식 하에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며 "국회에서 보다 집중적으로 논의되기를 바라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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