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LG엔솔·두산밥캣 논란 없도록…합병·물적분할 시 소액주주 보호해야

계열사 간 합병도 기준가격 적용 배제…'물적분할' 모회사 주주 공모주 우선배정
금융당국,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 발표

금융위원회 전경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금융당국이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을 2일 발표했다. 당초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대원칙'을 세우는 상법 개정이 거론됐으나, 정부는 기업 자율성을 고려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규제'에 나서는 것을 택했다.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 두산그룹 지배구조개선 개편 과정에서 문제가 돼왔던 합병 등 '재무적 거래'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일반 주주 보호와 기업 자율성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반법으로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상법 개정은 부작용도 그만큼 클 수 있다고 판단, 자본시장법 개정이 더 합리적이라고 본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상엽 법무부 법무실장,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함께 이같은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을 발표했다.

우선 개정 방안에는 상장법인이 △합병 △분할 △주식의 포괄적 이전 ·교환 △주요 영업의 양수도 등 자본시장법 제165조의 4의 규정에 따른 행위를 할 경우 그 이사회는 합병 등의 목적,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을 작성 ·공시하는 등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자본거래 시 이사회 의견을 투명하게 제공해 실질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적극 고려하는 환경을 조성해 주주이익 보호의 실효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적용 대상 법인을 상장법인으로 한정해 상법 개정으로 인해 모든 다수의 회사, 상장법인이 아닌 비상장, 중소·중견기업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적용 대상 행위가 네 가지 행위로 한정돼 상법 개정에 따른 일상적 경영활동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계열사에 이어 계열사 간 합병 등에 대해서도 현재의 기준가격 적용을 배제하기로 했다. 상장법인이 합병 등을 하는 경우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된 공정한 가액으로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통해 합병 등의 가액이 일률적인 산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산그룹 계열사 간 합병에서 합병가액 산정 방식 문제점이 거론되자 이를 개선한 것이다.

또한 원칙적으로 합병 등에 대해 외부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를 의무화한다. 현재는 상장 계열사 간 합병 등에 있어서는 외부평가·공시가 선택사항이지만, 법 개정을 통해 공시를 의무화해 가액 결정에 있어 객관성·중립성 제고 및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할 계획이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일반주주(대주주 제외)에게 공모신주 중 20% 범위에서 우선배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모회사에서 핵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로 자회사로 이전하면, 자회사가 상장될 때 모회사의 가치는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LG화학은 2020년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 후 상장했는데 LG화학 주가가 급락하며 주주들 피해가 불거진 바 있다.

한국거래소 세칙 개정을 통해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거래소가 일반주주 보호노력을 심사하는 기간 제한(5년)도 삭제하기로 했다. 기간 제한 없이 상장기업이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해 충분한 보호노력을 이행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은 이러한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여당과 협의해 이번주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자본시장의 밸류업을 위해 일반주주 보호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는 인식 하에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며 "국회에서 보다 집중적으로 논의되기를 바라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