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바뀌나요?"…증권사 연말 인사에 CEO도, 직원도 '촉각'

실적에 민감한 증권가…성과 낸 CEO는 연임 '무게'
적자 기록 CEO '노심초사'…"변화 가능성 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찬 바람 부는 연말이 되면서 증권사 대표님도, 임직원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옷 벗고 집에 갈지, 1년 더 회사에 남아있을지 정기 인사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까지 상대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기록한 증권사 대표들은 나름 안도하는 모습이다. 성과를 낸 만큼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부진한 성적과 구설에 올랐던 대표는 '좌불안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KB증권 김성현·이홍구 대표와 하나증권 강성묵 대표의 임기가 종료된다.

이어 내년 3월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006800) 부회장과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를 비롯해 이석기 교보증권(030610) 대표, 한두희 한화투자증권(003530) 대표, 유창수·고경모 유진투자증권(001200) 대표, 황준호 다올투자증권(030210) 대표, 김원규 LS증권(078020) 대표, 전우종·정준호 SK증권(001510) 대표,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등의 임기가 끝난다.

이미 상상인증권은 주원 대표를, 토스증권은 김규빈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대표들의 연임은 올해 경영 실적을 고려해 결정될 전망이다. 돈이 오가는 증권가에서 실적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평판과 시장 점유율, 고객 유치 등이 추가 고려 사항이다.

대형 증권사 대표의 경우, 대부분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큰 구설수가 없었고, 실적 성장도 뒷받침됐다.

당장 KB증권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7355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증가한 수치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51.4% 증가한 5468억 원을 기록했다. 김성현·이홍구 대표 연임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변수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변화 의지다. 27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가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를 발탁하면서 김 대표와 이 대표 모두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2년간 하나증권을 이끌었던 강성묵 대표는 연임이 유력시된다.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957억 원, 순이익은 1818억 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김미섭·허선호 부회장의 재신임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정해지지만, 인사를 마친 만큼 현 체제 유지에 무게가 실린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9145억 원으로 올해 '1조 클럽' 달성이 확실시된다.

한국투자증권 김성환 대표는 역대급 실적으로 무리 없이 연임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까지 증권사 누적 영업익 1위로, 1조1587억 원에 달한다.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교보증권 이석기 대표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 증가한 1556억 원을 기록하면서 부담을 덜었다.

이외에 한화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 LS증권 등도 대표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반면 다올투자증권과 SK증권은 올 3분기까지 적자를 기록 중이라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다올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194억 원, SK증권은 764억 원 영업손실 상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이 직격탄이 됐다.

이외에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의 선물매매 운용 과정에서 약 13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신한투자증권도 변수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실적이 중요한 만큼 성과를 낸 증권사의 경우,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며 "적자를 낸 증권사는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