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자본시장법상 주주보호원칙 도입, 상법 개정보다 합리적"

"논쟁보단 맞춤형 개정이 바람직…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부정적"
입장 선회 지적엔 "다수 이해관계자 수긍할 절차와 방법 중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은행지주 및 은행 이사회와의 소통을 정례화하는 차원에서 마련됐으며,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에 있어 이사회의 역할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2024.11.2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김근욱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주주보호 원칙을 두는 것이 상법상 주주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라고 28일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는 상장법인의 합병, 물적 분할 등과 관련해 논의가 시작됐는데, 상법을 개정하게 되면 100만 개가 넘는 비상장법인까지 적용되게 돼 적절한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상장법인의 합병을 포함한 자본거래에 주주보호원칙을 특별규정으로 신설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이해관계자가 많은 기본법(상법) 개정보다 비교적 개정이 용이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시의성 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소∙경영 위축∙이사부담 가중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적용범위는 상장법인의 합병 등 자본거래에 한정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봤다. 상장법인의 417배가 넘는 비상장법인에 대해서까지 불측의 상황에 노출시킬 필요성은 없다는 판단이다.

이어 "주주보호 원칙은 자본시장법에 절차적으로 먼저 규정을 하고, 그에 따라 구체적으로 합병 분할 등에 있어서 적정 가치 평가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보 제공자들에 대한 공시나 평가의 적정성을 사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보관 의무 등을 두는 방식으로 해서, 또 물적 분할 시에는 상장 차익을 모회사의 주주들이 이익을 공유받을 수 있는 이런 장치를 두는 방식으로 해서 자본시장법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회계법인도 그러한 평가의 공정, 적정성에 대한 일정 의무가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측면에서도 이러한 방안이 옳다는 것이 이 원장 입장이다.. 상법 개정으로는 경영판단원칙을 별도 도입해야 하지만, 정부안대로라면 일정 절차만 준수하면 이사의 면책이 보장돼 예측가능성이 제고된단 것이다.

이를 통해 이사의 적극적 경영활동을 돕고 기업의 원활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상법 개정은 회사·지배주주·소액주주 간 의무충돌 판단 기준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경제 상황이 이렇게 엄중하고 이해관계자 합의 도출이 되게 어려운 상황에서 너무 지나친 소모적인 방식으로 논쟁을 하기보다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맞춤형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주주와의 소통을 하면서, 그 기업의 상황에 맞는 식의 어떤 주주권을 대표할 수 있는 이사들을 선임하는 고민을 같이 대화하며 하는 게 낫다"며 "법으로 강제해 이해관계 조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회사들도 주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주총과 이사회에 이를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 부분에 대해선 솔직히 여당 대표도 외면하지 말고 직접 같이 챙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원장은 상법 개정과 관련한 입장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법과 절차를 파악하는 게 중요해 이 안을 지지한다"며 "정부가 문서화된 형태 자료로 설명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