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없이 AI 시대 안 온다"…운용사도 '반도체 ETF' 전쟁

반도체 ETF 시장 규모 7조…올해만 16개 상품 신규 상장
편입 종목에 수익률 '극과 극'…'58% vs -53%'

25일(현지기간) 미국 나스닥이 'TIGER 미국필라델피아AI반도체나스닥 ETF' 신규 상장을 기념해 뉴욕 나스닥 타워 전광판에 축하 메시지를 올린 모습.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66조 원 규모에 육박하면서 운용사 간 점유율 경쟁에 불이 붙었다. 반도체 관련 ETF를 쏟아내며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인공지능(AI)으로 쏠리면서 반도체 ETF가 주요 승부처로 떠오른 셈이다. AI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반도체가 필수적이며, 그에 따른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편입 종목에 따라 반도체 ETF의 성과는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AI 시장 성장 주도주를 담은 ETF 투자가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165조9145억 원에 달한다. 그중 반도체 ETF는 7조 110억 원 규모로 46개가 상장돼 있다.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운용사들은 반도체 ETF 출시를 확대 중이다. 2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필라델피아AI반도체나스닥 ETF'가 새로 상장하면서 올해에만 16개 반도체 ETF가 새로 생겼다.

잇따른 반도체 ETF 출시는 글로벌 AI 성장의 주도주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와 TSMC, 브로드컴 등 모두 AI 성장의 핵심 종목들이다. AI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반도체가 필수이며, AI 시대가 빨라질수록 반도체 종목 역시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 중인 종목만 보더라도 엔비디아가 132억 5521만 달러(약 18조 5162억 원)로 2위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SOXL ETF(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Shares)도 24억 2626만 달러(3조 3914억 원)로 6위에 올랐다.

동학개미 역시 올해 들어 반도체 ETF를 8666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를 기록 중이다.

다만 성과는 다소 엇갈렸다. 반도체 ETF의 올해 전체 수익률은 1.29%에 불과하다. 운용사 전체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연평균 17%로 1위에 올랐다. 개인 순매수도 439억 원으로 1위다.

이어 한화자산운용 5.67%, 키움자산운용 4.74%, KB자산운용 3.09%, 미래에셋자산운용 1.78%, 삼성자산운용 0.15% 순이다.

반면 NH아문디자산운용(-5.01%), 신한자산운용(-9.89%), 현대자산운용(-11.52%), 우리자산운용(-16.23%), 대신자산운용(-26.14%) 등은 부진한 성과를 올렸다.

반도체 업종 중에서도 어떤 종목을 담았느냐가 성과를 갈랐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AI 관련 종목을 담은 ETF는 우수한 성과를 올렸지만, 기존 레거시(legacy) 반도체 종목 ETF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AI반도체 기업에 집중 투자한 키움자산운용의 'KOSEF 글로벌AI반도체 ETF'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57.92%로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반도체MV ETF'도 50.16%를 기록 중이다.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48.98%),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48.77%),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글로벌반도체TOP10 SOLACTIVE'(43.06%),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40.58%)도 수익률이 40%를 웃돌았다.

반면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는 수익률이 –52.62%로 가장 부진했다. 'HANARO 반도체핵심공정주도주'(-45.21%)와 신한자산운용 'SOL 반도체전공정'(-33.64%), 'SOL AI반도체소부장'(-27.09%), 대신자산운용 'DAISHIN343 AI반도체&인프라액티브'(-26.14%), 'KOSEF 글로벌전력반도체'(-23.71), 'SOL 반도체후공정'(-21.65%), KB자산운용 'RISE 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21.41%),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20%) 등도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반도체 ETF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봤다. AI 시대 주도주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종목 선별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관계자는 "반도체 종목의 수익률 차이가 크기 때문에 ETF 성과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며 "일부 종목이 독식하는 상황이 된 만큼 핵심 종목을 담은 ETF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