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 늘고, ETF도 나왔지만"…힘 못 쓰는 '밸류업 지수'
외국인 투자자 이탈·개인투자자 투자 이민에 '마이너스'
"상장사 자정 노력·법 개정돼야 유의미한 성과 기대"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고,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나왔지만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여전히 주춤한 모습이다. 출시 이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지속해서 빠져나가고, 개인투자자들도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 투자로 눈길을 돌리면서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뿐 아니라, 일반 주주의 주주가치 제고와 법 개정이 함께 이뤄져야 유의미한 반등이 나올 것으로 봤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 22일 972.69로 마감했다. 지난 9월 30일 출시 이후 수익률은 -4.72%, 1개월 수익률은 -3.7%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이 -5.61%, -3.98%인 점을 고려하면 다소 낫지만, 정부와 증권 유관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선 것을 고려하면 아쉽다는 평이다.
실제 처음에 눈치만 보던 기업들도 최근 밸류업 공시에 동참하고 있다. KB금융지주(105560)와 신한금융지주회사(055550), 하나금융지주(086790), 메리츠금융지주(138040), 키움증권(039490), 미래에셋증권(006800) 등 금융주는 물론 SK(034730)와 현대차(005380), LG(003550),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대기업 상장사 등도 공시에 나섰다.
지난 4일에는 밸류업 종목의 자금 유입을 돕기 위한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했다. 9개 종목은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3개 종목은 펀드 매니저가 편입 종목을 선택하는 액티브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코리아밸류업 ETF'의 지난 20일 순자산은 3099억 원을 넘어서며 나름대로 흥행 중이다.
여기에 한국거래소와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한국금융투자협회, 코스콤 등 증권 유관기관 5개사는 2000억 원 규모의 기업 밸류업 펀드를 조성하고 21일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연내 3000억 원 규모 펀드를 추가 조성해 구원투수 역할을 할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특별 리밸런싱'도 예정돼 있다.
기업 참여와 유관기관 지원은 물론 관련 상품까지 나왔음에도 지수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대선을 전후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큰 기간엔 6거래일 연속으로 내리기도 했다.
올 상반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유입됐던 외국인 투자자본이 하반기 들어 빠져나갔고, 국내 개인투자자마저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과 가상자산으로 발길을 돌린 탓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 상반기 코스피 시장에서 22조4227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7월부터는 16조 3789억 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기업들이 스스로 밸류업에 역행하며 한국의 자본시장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대주주 이익을 위해 기업을 붙였다 떼며 일반 주주의 이익을 훼손했다.
밸류업 지수에 편입돼 있는 이수페타시스(007660)가 유상증자 후 뜬금없이 이차전지 탄소나노튜브(CNT) 소재 전문 제조기업 제이오(418550)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것과 고려아연(010130)이 지난달 30일 유상증자(현재 철회됨)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HL홀딩스(060980)가 회삿돈으로 산 자사주를 재단에 넘기기로 한 것도 일반주주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자정 노력과 더불어 법 개정이 이뤄져야 밸류업 지수도 유의미한 반등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의 추진 동력이 돼야 할 법안 개정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공시와 같은 국내 기업들의 행보가 이어지면서 한국 자본시장 신뢰도가 실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다소 주주환원 확대에 치중한 면이 있는데,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주주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 행보에 대한 관리 제재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의 롤모델 격인 일본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는 앞서 10년간의 기업 지배구조 개정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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