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트럼프 리스크…'겹악재' 2차전지株 "보수적 접근 필요"
전방산업 전기차 부진에 LG화학·삼성SDI '어닝쇼크'
트럼프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 가능성도 리스크
-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국내 2차전지주가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주가가 2년 전 수준으로 회귀한 가운데, 2차전지 종목들의 실적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반등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에코프로(086520) 등 2차전지 대표 종목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전일 대비 31.61포인트(p)(0.97%) 오른 3285.45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지난 15일 3119.91까지 떨어지며 지난 2020년 7월 1일(3119.61) 이후 약 4년 4개월 만에 최저점을 기록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다수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지난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공표한 IRA 법안 등장 직전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같은 하락세는 전방산업인 전기차의 캐즘(chasm) 등 업황 둔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2.1% 감소한 498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SDI도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3.8% 하락한 1299억 원에 그쳤다.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이 시장전망치를 각각 4%, 5% 하회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총 생산가동률도 △LG에너지솔루션 59.8% △삼성SDI 68.0% △SK온 46.2%에 그쳤다.
양극재 업계도 수요 부진의 한파를 맞았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은 3분기 적자전환하며 영업손실이 412억 원을 기록했다. 포스코퓨처엠(003670)도 에너지소재 부문(양·음극재)이 적자전환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14억 원에 그쳤다.
이같은 국내 2차전지 업계의 전반적인 약세는 전방산업인 전기차 성장세 둔화 및 글로벌 완성차업체(OEM)들의 재고 조정에 배터리 주문량이 감소한 여파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출하량 반등의 회복 기대감과 달리 배터리 제조사들의 가동 수준이 저조한데, 이는 정체된 전방 수요 장기화를 의미한다"며 "명백한 수요 둔화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노 연구원은 "미국 트럼프 당선인 측의 정책 확정안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을 배경으로 섹터에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고 향후 업사이클을 준비할 수 있는 기업에 사업 지속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이라는 또 다른 악재도 2차전지 업계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페지를 공언해 왔다. 실제로 지난 15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소비자의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 폐지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보도되자마자 국내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급락하며 배터리 3사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4조 원 가까이 증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까지 축소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내 생산·판매 배터리에 적용되는 AMPC는 국내 2차전지 업계 실적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역학적으로 AMPC 폐지는 쉽지 않지만, AMPC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배터리에 대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업종이 인정받는 고밸류에이션은 미국 전기차 시장의 고성장과 그 안에서의 높은 점유율이 기대되기 때문"이라며 "전기차 보조금과 탄소 규제가 없다면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성이 둔화될 수 있고, 차별적인 보조금이 사라지면 완성차 업체들은 저렴한 중국 배터리 공급망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오히려 한국 2차전지의 새로운 기회가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블룸버그는 미국 교통부 장관으로 우버 전 임원인 에밀 마이클이 거론되고 있으며, 자율주행 관련 규제 완화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며 "향후 자율주행을 위한 전기차 플릿 판매 수요가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데, 자율주행 규제 완화는 전기차 산업의 새로운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IRA 폐지 또는 수정은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반영돼왔는데, 현재 시장은 AMPC 및 전기차 세액공제가 모두 폐지된 수준의 센티먼트"라며 "향후 세액공제가 일부 축소되더라도 배터리 가격 하락이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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