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 뛰어도 중학개미 '탈출 러시'…펀드 5000억 팔았다
3개월간 상해종합 15% 상승…中 ETF 일부 40~80%대 수익률
침체 우려 여전하고 미중 갈등 우려…자금회수 나선 투자자들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중국 증시가 오랜 침체를 벗어나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중학개미(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이 상황을 '탈출' 기회로 사용하고 있다. 3개월간 지수가 15% 이상 상승했지만 중국 주식형 펀드에선 5000억 원 넘게 자금이 유출됐다. 여전한 경기침체 가능성에 미중 갈등 우려까지 겹치며 자금 회수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15일 2877.36이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5일 3330.73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3개월간 15.75% 오른 것이다. 선전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1553.55에서 2010.61로 29.42% 상승했다.
중국 증시는 지난 9월 24일 인민은행의 깜짝 발표를 시작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당시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과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증시 안정화 자금을 투입하며 유동성 확대에 나섰다. 이후에도 지급 준비율 추가 인하, 부동산 대출 금리 인하 지시, 재정 지출 조기 집행 등 여러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3개월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 수익률도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TIGER 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합성)'는 84.58% 올라 ETF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ACE중국과창판STAR50'(50.29%),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합성)' 46.77%, 'PLUS 심천차이넥스트(합성)' 44.61% 등도 고수익을 냈다.
하지만 중학 개미들은 중국 증시의 회복을 틈타 빠르게 자금 회수에 나섰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중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5201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그중 절반 수준인 2154억 원은 지난 1개월간 출회된 것으로 중국 펀드에서 돈을 빼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8일에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발표될 부양책 기대감 지수가 5%씩 올랐다. 하지만 그 주에도 중학개미 탈출은 멈추지 않았다. 이 기간 중국 펀드에선 865억 원이 빠졌다. 실제로 8일 폐장 후 발표된 정책에는 지방정부 부채 해소 계획만 담겼고, 시장이 기대한 특별국채 및 지방특별채 발행 내용은 없었다.
중학개미 탈출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간 발표된 중국 부양책에는 구체적인 내수 진작 방안이 부재한 데다 광군제 소비와 실물 경제지표도 부진해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한 탓이다. 실망감에 투자심리가 훼손되며 오랜만에 되살아났던 중국 증시 상승세도 사그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트럼프 2기를 맞아 미중 갈등이 깊어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공약대로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의 수출 총액은 약 8%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2018년 관세 인상 충격(-3%)의 2배 이상에 달한다. 관세 부과는 중국의 내수 부양 여력도 제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부양 조치가 이어지겠지만 강력한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어렵고,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에 부양 효과가 일부 상쇄될 수 있다"며 "중국 상장기업의 빠른 실적 턴어라운드도 기대하기 쉽지 않고, 이르면 내년 2분기 이후부터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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