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하고, 금투세도 폐지했는데"…'트럼프 스톰'에 질린 韓 증시

나홀로 하락에 동학개미 '멘붕'…주식 이민 고민
증권가 "저점이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어둬야"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나서고, 그동안 걸림돌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도 폐지됐지만 한국 증시는 '트럼프 스톰'에 휩싸였다. '돌아온 트럼프'가 가져올 새로운 경제 질서에 대한 두려움이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미국 시장과 코인이 오르는 동안 국민주 삼성전자는 '4만전자'로 급락했고, 코스닥은 1년 10개월여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한국 증시의 나홀로 하락에 동학개미는 좌절감에 빠졌다.

15일 인베스팅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난 6일부터 6거래일 동안 미국 다우산업지수는 4.89%, 나스닥지수는 5.67% 올랐다. S&P500 지수도 4.6% 상승했다.

코인 수익률은 더 가파르다. 지난 6일 9500만 원대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1억 3000만 원선에 접근했다.

반면 코스피는 5.78%, 코스닥은 8.31% 하락했다. 국민주인 삼성전자(005930)는 '4만전자'로 주저앉았고, 코스닥은 680선까지 밀리며 지난 2023년 1월 5일(종가 679.9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정부와 증권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정부는 올해 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나서는 등 자본시장에 공 들여왔다. 밸류업 지수는 물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했다.

여기에 그동안 증시 불안요소이던 금투세도 폐지했다. 당초 내년부터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최대 25%(지방세 포함 27.5%)의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었지만, 여야가 동의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그럼에도 한국 증시가 홀로 부진한 것은 내년 출범하는 트럼프 2기를 앞두고 국내 증시의 불안감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 관세 폭탄과 미-중 무역 갈등 우려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칩스법)도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를 반영해 WTO는 내년 세계 상품 무역 전망을 3.3%에서 3%로 0.3%포인트(p) 낮췄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매크로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며 "무기력한 시장 흐름이었고 투자심리가 상당 부분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동학개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한국 증시 성적이 글로벌 꼴찌 수준인 상황에서 추가 하락으로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손절 후 미국 시장이나 코인으로 옮겨 타야 하나 고민이다.

커뮤니티에는 "국장 탈출은 지능 순", "국장은 답이 없다", "지금이라도 미장에 투자해야 한다" 등의 글이 익숙하게 눈에 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저점이라면서도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수급적으로 봤을 때, 부양 조치가 발표되기 전까지 충격이 몇 차례 더 반복될 수 있다"며 "기대해 볼 만한 지지선은 P/B의 전저점 부근(0.81, 약 2300포인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005930)가 결국 '5만전자'가 무너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700원(1.38%) 내린 4만 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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