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덕보자" 미장으로, 코인으로…이중고 허덕이는 국장
국내 투자자금, 국장 탈출해 美 증시·코인으로 이동
국내 증시 대기자금, 8월 이후 59조→49조 '뚝'
- 김정현 기자, 강수련 기자, 문혜원 기자,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강수련 문혜원 김지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이후 국내 증시 투자자들이 연일 '국장'을 떠나 '미장'(미국 증시)과 가상자산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우하향하는 코스피·코스닥에 지친 투자자들이 '트럼프 트레이드'가 기대되는 시장으로 이탈하는 모양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9조 9022억 원을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블랙 먼데이'가 나타난 지난 8월 5일 59조 4876억 원을 기록한 뒤, 연일 감소하며 이달 들어 49조~51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돈으로 대표적인 투자 대기성 자금이다. 투자자예탁금의 감소는 국내 증시에 투자할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같은 기간 국내 증시 거래대금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8월 5일 27조 8517억 원을 기록했던 국내 증시 전체 거래대금은 지난 11일 기준 18조 218억 원으로 9조 8299억 원 줄었다.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은 미국 증시로 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1013억 6571만 달러(141조 4000억 원)를 기록했다.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된 지난 5일과 6일 각각 46억 8151만 달러(약 6조 5000억 원), 34억 6223만 달러(약 4조 8000억 원) 증가했다.
'트럼프 트레이드' 기대감에 2거래일 간 11조 원이 넘는 금액이 미국 증시로 이동한 셈이다. 실제로 2거래일간 '트럼프 핵심 관계자'로 분류되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주식 보관금액은 25억 2784만 달러(약 3조 5000억 원) 순증했다.
'미장'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만큼, 가격이 급증하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으로도 투자자들이 이동하는 모습도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20분 기준 국내 원화 마켓 거래소 5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최근 24시간 거래대금은 141억 7119만 달러(19조 7533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이날 국내 증시 전체 거래대금 18조 218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앞서 지난 7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5곳의 거래대금은 3조 6489억 원, 지난 8일 거래대금은 9조 870억 원이었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된 이후 비트코인이 1억 원을 돌파하고 알트코인들의 가격도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급증하는 추세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트럼프 트레이드'로 인한 국내 증시 이탈이 계속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지난주 트럼프 트레이드를 강하게 반영하며 3대 지수 모두 신고가를 경신했다"며 "국내 증시는 트럼프 2기 영향을 선반영하고 중국 부양책 실망감, 환율 급등 등 여러 비우호적 여건들이 반영되며 낙폭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또 "비트코인 신고가 달성으로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19조 원대로 높아지며 수급 분산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당분간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에서 대통령과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하원도 승리할 가능성이 지배적인 상황으로, 트럼프의 정책 드라이브가 임기 초반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통상 대선 트레이딩이 2~3개월 정도 강하게 반영되지만, 정책 드라이브가 강하게 걸릴 수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더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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