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먹고살았는데"…자동차·이차전지株 어쩌나 [트럼프 시대]
'무역 분쟁·관세 폭탄·IRA 폐기' 우려에 주가 '주춤'
트럼프 정책에 촉각…일부선 주가 선반영 분석도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미스터 관세맨(tariff man)이 돌아왔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가 더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돼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기대보다 걱정이 크다. 무역 분쟁과 관세 폭탄 등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당장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주식시장에서도 불안감에 관련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0.04% 오른 2564.63로 거래를 마쳤다. 전거래일에 0.52% 내린 것을 고려하면 방향은 돌렸지만, 다른 나라 증시와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코스닥은 1.32% 내린 733.52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뉴욕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소식에 2~3%대 급등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를 경신한 것과 대조된다.
미국과 달리 한국 증시 부진은 무역 분쟁 우려가 작용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과거 1기 대비 더욱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 대해서도 전방위적 제재를 펼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이 예상된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와 필수품 수입의 단계적 폐지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삼정KPMG는 "보호무역주의 심화가 미국과 중국 간 고율의 보복 관세 전쟁으로 격화 시 전 세계 GDP 및 무역량 감소로 이어져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는 일정 수준의 타격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압박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444억 달러 흑자로, 미국의 주요 무역수지 적자국가 8위에 올랐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적 관세와 미국산 제품 우대 조치들은 우리 기업의 수출 제품 가격을 상승시켜 미국 시장에서 미국산 제품과의 경쟁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이는 수출주도형 경제를 가진 한국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고, 한국 기업은 가격 정책을 재검토하거나 미국 현지에서 직접 제조하여 판매하는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와 이차전지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의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들이다.
트럼프는 미국 무역적자 원인으로 한국과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산 자동차와 부품을 지목하는 등 관세를 예고했다.
실제 미국은 국내 자동차 수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다.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올 상반기 전체 자동차 수출액 370억1000만 달러 중 절반에 가까운 184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도 자동차에 대해서 25% 관세 부과를 시도한 바 있다. 이번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세이프가드 등 무역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청정에너지 촉진과 기후변화 대응에 많은 예산을 소요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인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등도 IRA를 폐지 또는 상당 부분 개정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한국은 IRA 최대 수혜국으로 꼽혀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이후 전체 보조금 가운데 32%인 349억 달러를 수주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보조금을 영업이익에 반영해 가까스로 적자를 면할 정도다.
이에 KRX자동차 지수는 0.54% 하락했다. 이차전지 업종인 LG에너지솔루션(-1.15%)과 삼성SDI(006400)(-3.52%), 에코프로비엠(247540)(-2.45%), 에코프로머티리얼즈(450080)(-2%), 엘앤에프(066970)(-7.83%)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트럼프 재집권에 따라 IRA 법안이 폐기 및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차전지도 IRA 법안 축소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주가에 이미 선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증시 흐름이 부진했고, 이차전지 업종 등도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한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자동차나 이차전지 등의 업종은 주가 하락이 상대적으로 컸다"며 "트럼프 당선에 대한 선제 반영 효과"라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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