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방산주 담은 外人…차·배터리는 팔았다

외국인들 방산주 1323억 순매수…순매도 상위 과반이 車·2차전지
'美 우선주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보호주의에 수출기업 타격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의 팜 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78) 공화당 후보가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방산주(株)를 바구니에 가득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동차, 배터리 관련 종목들은 서둘러 순매도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10개 기업 중 2~3위가 방산주였다. 외국인들은 하루 만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한화시스템(272210), LIG넥스원(079550)을 1323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순매도 상위 10개 종목 중 과반수가 차·배터리 기업이었다. 그중 외국인들은 현대차를 917억 원 순매도했고, △삼성SDI(006400) △에코프로(086520) △LG화학(051910) △에코프로비엠(247540) △포스코퓨처엠(003670)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6개 기업을 1854억 원 순매도했다.

개별 종목 수익률도 확연하게 차이 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7.04%), 한화시스템(6.27%), LIG넥스원(6.35%)은 증시가 하락하는 중에도 상승한 반면 삼성SDI(-5.98%), 에코프로(-7.61%), 에코프로비엠(-8.63%), 포스코퓨처엠(-8.26%), LG화학(-5.12%), LG에너지솔루션(-7.02%) 등은 코스피·코스닥 지수 낙폭을 하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시 방산주는 1등 수혜주로 거론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경찰국 대신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고 있어 당선 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 국방비 지출을 늘릴 공산도 크다.

이와 달리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은 대표적인 피해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 관세(10~20%)를 매기겠다고 했는데, 현대차·기아 생산 자동차 중 절반 이상이 국내 생산인 만큼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우려가 크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도 주장하고 있어 2차전지 기업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증권가는 이들 종목이 상승 혹은 하락세를 꾸준히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상당 부분 선반영됐고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공약으로 언급했던 발언들이 실제 투자자들의 우려했던 시나리오로 이어지는지 여부는 미지수"라며 "그 영향은 앞으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