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證 '외상구매' 표현·UI 논란…"초보자 위험한 미수거래 손댈라"

토스證,'외상구매' 한 번 체크하면 미수거래가 기본으로 설정
"일반 외상거래와 주식 미수거래 달라…빚투 유혹" 비판

(토스증권 앱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신용거래, 미수거래라고 하면 차가운 느낌인데 외상이라고 하니 전통시장처럼 정겨운 느낌이네요. 토스증권이 서비스를 직관적으로 만들어서 주식 초보들에게 인기를 끌었는데, 그게 나쁜 쪽으로 작용한 걸로 보입니다."

최근 토스증권이 시작한 '외상구매' 서비스가 투자자를 높은 위험성을 가진 미수거래로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상구매'라는 친근한 표현과, 미수거래 사용을 유도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때문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스증권은 지난 1일부터 '외상구매'라는 이름으로 국내 및 해외 주식 미수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토스증권은 '외상구매'라는 표현을 썼지만, 엄밀히 주식에서의 미수거래는 일반적인 외상구매와 개념이 다르다. 돈이 없을 때 물건(주식)을 먼저 받는다는 점은 같지만, 레버리지로 인해 갚아야 할 빚이 가진 돈(증거금)의 몇배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수거래, 반대매매·원금보다 큰 손실 위험 등 측면에서 일반적 '외상'과 달라

미수거래는 예수금만으로 원하는 수량만큼 주식을 구매할 수 없을 때, 위탁증거금(매수금의 30% 이상)만 현금으로 납부하고 차액은 외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매매체결일에서 세 번째 날에 미수금을 모두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팔아(반대매매) 미납금을 충당한다. 일종의 초단기 '빚투'다. 매수한 주식이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가 발생해 레버리지(배수) 투자자는 원금 이상의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일례로 토스증권에서 '외상구매 3.3배 가능'이라고 적힌 종목은 300만 원을 증거금으로 넣으면 3배 레버리지로 1000만 원 어치의 주식을 미수거래로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수거래로로 구매한 주식이 30% 오를 경우 300만 원으로 300만 원의 수익을 낼 수 있지만, 30% 하락할 경우 증거금 300만 원이 모두 증발한다.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증거금을 더 넣어야 반대매매를 피할 수 있다.

반대매매로 강제청산을 당하면, 증거금을 제한 남은 금액은 모두 '빚'이 된다. 미수거래로 발생한 빚은 통상 고금리다. 토스증권의 경우 연 9.7%의 이율을 매긴다.

투자 원금을 초과하는 이익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라는 점에서 미수거래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토스증권 '외상구매'로 첫 미수거래를 했다고 인증하는 투자자 (주식 커뮤니티 갈무리) /뉴스1

수수료 수익 성장 가속화 나선 토스證…미수거래로 점프 업 노리나

미수거래의 경우 투자자들의 위험성은 높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투자자들이 돈이 없어도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 점유율이 높아지고, 주식 거래 수수료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토스증권은 올해 상반기 수탁수수료 수익 749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증권사 중 12위를 기록했다. 매년 상승 중인 성장세를 가속화하기 위해 서비스 초창기에는 제공하지 않았던 미수거래 서비스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은 토스증권이 미수거래를 '외상구매'라는 친근한 표현으로 유혹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평소라면 미수거래를 사용하지 않았을 사람까지 '빚투'에 손을 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한 투자자는 "일반적인 '외상거래'와 주식에서의 '미수거래'는 위험성이 다른데 주식 투자자들이 '빚투'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게 만들 것 같다"며 "주식에 100%는 없는데 내일 분명 오를 거 같다고 생각되는 종목에 멋모르고 빚투했다가 큰일나는 사람도 나올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최근 고려아연의 경우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공개매수 이후 분명 하락할 것"이라는 주식 유튜버의 말을 믿고 레버리지를 일으켜 미수거래에 나섰다가 증거금을 청산당하고 수억 원의 빚을 졌다고 호소하는 일부 투자자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현금거래와 미수거래를 별도의 탭으로 분리한 타 증권사(위)와 달리 토스증권은 한 번 체크하면 '외상구매'가 기본으로 설정된다.(아래)/뉴스1

미수거래가 기본으로 설정되는 UI…의도치 않은 미수거래 하게 될 수도

토스증권 미수거래의 UI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타 증권사는 현금거래와 미수거래를 별도의 탭으로 전환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현금거래와 미수거래를 혼동하지 않기 위해서다.

반면 토스증권은 미수거래 가능 계좌로 등록한 뒤, 주식 구매창에서 '외상구매'를 한 번만 체크하면 다음 거래에서도 미수거래가 기본으로 설정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의도치 않게 미수거래를 하게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로 주식 커뮤니티 등에는 '토스증권으로 첫 미수거래를 시작했다'는 투자자들의 인증글도 올라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수거래는 단타 매매를 하는 데이트레이더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한 레버리지를 일으킬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위험성 높은 투자인 것이 사실"이라며 "연체이자도 연 10% 수준으로 매우 높아 투자자들은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외상거래 표현은 미수를 모르는 고객들이 잘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 친화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증거금율 역시 외상구매가 가능한 배수로 풀어 설명했다"며 "이용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도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