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고려아연에 투자자 '곡소리'…숏 권유 유튜버 날벼락까지

유튜버 말만 듣고 레버리지 투자했다 수억원 손실보기도
"유사투자자문업 등록하고 기망 의도 없다면 처벌 어려워"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경영권 분쟁으로 연일 주가가 '널뛰기'다.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 유튜버의 투자 조언을 듣고 선물 '숏'(매도) 투자에 나섰다 큰 손실을 보는 등 투자자 혼란도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고려아연은 전일 대비 6000원(0.60%) 오른 100만 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측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 주가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특히 최 회장 측 공개매수가 마감된 지난 23일 이후 여러 이슈로 인해 겨우 7거래일 사이에 상한가 1번, 하한가 1번이 나타나는 등 변동성이 극대화됐다.

유료멤버십 리딩방 운영 주식유튜버 선물 '숏' 추천…상한가에 투자자들 손실

이 와중에 6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주식 유튜버가 유료 구독자들에게 고려아연 선물 '숏'(매도) 포지션을 추천했다 수백 명의 투자자들이 많게는 수억 원의 손실을 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튜버 김모 씨는 주식 공매도 관련 서적을 출간하고 증권사 투자대회 수상 경력을 내걸고 주식 유튜브를 운영 중이다. 김 씨는 월 36만 원의 회비를 받고 투자 공부·종목 추천을 위한 유료 멤버십을 운영해왔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김 씨는 최근 고려아연의 주가가 경영권 분쟁으로 급등하자 유료회원들에게 선물 숏 포지션을 추천하는 취지의 강의 콘텐츠를 올렸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주가는 지난 23일 공개매수 종료 다음날인 지난 24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선물 11월물 주가도 상한가까지 오르며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봤다.

(주식 유튜버 유튜브 갈무리) /뉴스1

사과 후 유료 멤버십 가입만 중단한 유튜버…투자자들 집단민원·고소 검토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물 투자에 나섰던 기관 투자자들이 숏 포지션을 정리하면서 현물 주가가 상승하는 '숏 스퀴즈'를 주가 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김 씨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런 돌발적 사태가 일어날 줄은 전혀 몰랐다"며 "당분간 자숙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며 사과문을 올리고 유료멤버십 가입을 중단했으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오픈채팅방을 개설하고 단체 민원·고소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김 씨가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이야기만 듣고 주변 사람 돈까지 끌어와 수억 원을 레버리지로 투자했다 전부 손절(손해보고 매도)했다"며 "가슴이 답답해 잠이 잘 오지 않아서 피해자들과 함께 고소하든 금융감독원 민원을 넣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볼 생각"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뉴스1

유튜버 리딩방 영업 많지만…"조건 지켰다면 실제 처벌 쉽지 않아"

다만 법조계 및 증권업계에서는 이같은 방식의 리딩방에 대해 투자자들이 고소하더라도 실제 처벌이나 보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전중혁 변호사(법무법인 한원)은 "비슷한 방식으로 유사투자자문업을 조건등록하고 주식 유튜브 등을 통해 영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수익금 보장을 약속하거나 영업 과정에서 기망이 없었다면 거의 처벌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도 지난 2019년 2월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를 하고 유료 멤버십 모집시에도 지난 8월부터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단방향 정보제공 형태로 운영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10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브리핑실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금감원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두산그룹 기업구조개편, 신한투자증권 LP운용 손실 등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2024.10.3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공개매수·숏스퀴즈·기습 유증·금감원 경고까지…"고려아연 투자 주의해야"

한편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이후에도 기습 유상증자 공시로 지난달 30일에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어 금감원이 '부정거래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고에 나서자 다시 반등하는 등 연일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도 고려아연에 대한 미수·신용거래 차단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지난 25일부터 고려아연 증거금률을 100%로 올렸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관련 사법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고려아연의 주가 향방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내다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