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려아연 '기습유증' 경고…'캐스팅보터' 국민연금도 고심
유증 결정에 이틀새 35%↓…"시장교란" vs "국민기업화"
과거 고려아연 손 들어준 국민연금…"유증 논란에 판단 복잡해져"
- 강수련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고려아연(010130)의 '기습 유상증자' 결정 과정이 논란이 되며 금융감독원도 경고하고 나섰다. 고려아연의 결정을 두고 "시장 교란"이란 비판과 "국민주로의 변화"라는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캐스팅보터'라는 국민연금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다. 대규모 신주 발행을 진행하면서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이를 기재하지 않았는데, 그 의도성을 따져본다는 것이다.
이달 공개매수를 진행한 고려아연은 전날 이사회를 통해 373만 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을 통해 유상증자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이달 4일 제출한 공개매수 신고서와 7일, 11일 제출한 정정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기재하지 않으면서 부정거래 의혹이 일었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문 부원장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소각과 차입 상환을 위한 (유상증자를) 이사회가 아는 상태에서 순차적으로 진행시켰다면 기존의 신고서에 중대 사항이 빠졌거나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또 신주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고 이를 제외한 청약자는 1인당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청약 물량을 3%로 제한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의 유상증자 결정 이후 고려아연의 주가는 이틀새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공모가가 주당 67만 원으로 전날 종가(154만 3000원)보다 턱없이 낮은 데다, 유통 물량이 풀리면서 주가가 오를 거란 기대가 내려가면서다.
유상증자 결정 당일엔 주가는 단숨에 46만 2000원 폭락하며 하한가를 찍었다. 다음날도 장중 23%까지 떨어졌으나, 금감원의 브리핑을 앞두고 낙폭을 줄였다. 이날 종가 기준 고려아연의 가격은 99만 8000원으로 이틀새 35.3% 하락했다.
이틀 새 손해를 본 기존 투자자들을 비롯해 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고려아연 이사회 결의는 밸류를 파괴하는 자본시장 교란 행위라 판단한다"며 "회사 주인이 (전체) 주주라고 생각한다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고려아연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국민기업'으로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고려아연 측은 유상증자를 하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려아연의 이번 유증의 핵심은 국민기업화 해서 소유 구조를 투명하게 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을 7% 가량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현재까지 확보한 지분으로는 뚜렷한 승자가 없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터'로 꼽히고 있어서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 28일 고려아연의 이사회 구성을 재편하기 위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 회장 측이 임시주주총회가 저지하더라도 상법상 내년 3월에는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야 한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 90% 넘는 안건에서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줬으나,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해 시장에서 논란이 큰 만큼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라는 이슈가 갑자기 등장하면서 당황스러워졌다"며 "유례없는 이번 경영권 분쟁에 대해 판단하기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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