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려아연 '유증 폭탄' 숨겼나" 집중검사…회계 기준 위반도 확인

"신고서에 재무구조 등 내용 '계획 없다' 기재…의도성 따질 것"
"회계 정식 감리 전환 여부 곧 결정…불공정거래 처리 신속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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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이 고의로 공개매수 신고서를 거짓 기재한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진행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대규모 신주 발행이라는 중요 사항을 진행하면서 이를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기재하지 않은 상황이 드러나면서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회계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기준을 위반한 가능성이 높다고도 보고 있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문 부원장은 이날 금감원 본원에서 진행한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가 동시에 진행된 과정 등에 있어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신속히 점검하고 처리하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달 공개매수를 진행한 고려아연은 지난 30일 이사회를 통해 373만 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을 통해 유상증자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이달 4일 제출한 공개매수 신고서와 7일, 11일 제출한 정정 공개매수 신고서에 유상증자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

함 부원장은 "공개매수 신고서와 유상증자 신고서 간에 기재 내용 모순을, 알고도 누락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신고서를 보면 재무구조 등에 대한 내용에 '계획이 전혀 없다'고 되는 부분이 확인되는데, 의도적인지 여부를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 스스로가 공개매수 사무 취급사이면서 유상증자의 모집주선인인데 고려아연과 같은 입장이라 양측 모두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두 가지 사실을 다 알았고 하나씩 내보이는 것이라면 공개매수 신고서가 허위기재되거나 중요 사항 누락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감원은 관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도 진행 중이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고려아연 일반 공모 유산증자를 담당한 미래에셋증권은 자사주 공개 매수가 진행된 기간 고려아연에 대한 기업 실사를 진행했다. 함 부원장은 "위계 등을 활용한 부정거래가 성립된다면 (처벌 대상이고) 증권사에는 위법 행위를 알고도 행하게 하면 안 돼 이 내용도 처벌 대상"이라고 했다.

내달 14일 효력이 발생하는 유상증자 신고서에 대해서도 필요 시 정정 명령을 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함 부원장은 "공시국 심사 측면에서는 거짓 기재 없이 충실히 된 것인지, 정정권한을 가지고 있어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필요하면 정정명령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함 부원장은 "고려아연 건은 금감원 권한인 심사, 조사, 검사, 감리가 다 동원된 케이스"라며 "조사 부분은 위법 사항의 처리가 필요해 행정 처리는 금감원과 금융위 등에서 하겠지만, 불공정 거래가 확인된다면 수사기관 이첩 등이 먼저 이뤄져 형사처벌이 먼저 이뤄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진행 중인 불공정거래 조사와 관련해서는 "개연성 있는 혐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미 구성된 조사 TF에서 집중 조사 중이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신속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 착수한 고려아연에 회계심사에서 회계 처리 기준 위반 개연성이 높은 다수의 회계 처리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함 부원장은 "(고려아연과 영풍) 양쪽 다 회계 처리 적정성에 대한 위반 가능성을 심사 중이고 발견하고 있다"며 "정식 감리 전환 여부를 조속한 시일 내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회계기준 위반 의혹과 관련해 특이 사항 및 수집 자료 위주로 위반 혐의를 분석 중이다. 사업장 중단 등에 따른 충당 부채의 미인식 및 지연 인식 여부, 고가 인수 및 현물 배당받은 국내 투자, 주식 관련 손상, 차손의 과소 인식 여부 등을 심사하고 있다.

함 부원장은 "금융감독원은 우리 자본시장에서 거짓과 반치, 편법적 행위 등이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심사, 조사, 검사, 감리 등 법령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여 어느 누구라도 적발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행정조치와 함께 적극적인 수사기관 이첩 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