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은 장기투자용, 국장은 단타용"…MZ들은 국장을 왜 떠나나

[NIF2024]MZ토론회…국장은 불확실·불안정, 미장은 성장성 주목
국장 대한 애정은 여전…"밸류업 성공하면 국내 증시 돌아올 것"

대학생 MZ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News1

서울집값과 지방집값""꾸준한 우등생 vs 중2병에 걸린 중위권 학생"

(서울=뉴스1) 강수련 문혜원 기자 = 각각 MZ세대들이 바라보는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의 모습이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나날이 증가하는 가운데, 투자 관심이 높은 MZ세대들 역시 국장에 대한 불신이 컸다.

다만 이들은 국내증시에 대한 '애증'을 보여줬다.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국내 증시가 '박스피'에서 벗어난다면 국내 증시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뉴스1은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밸류UP-코리아UP 증시가 성장 엔진이다'를 주제로 2024 뉴스1 투자포럼을 개최했다. 주식 관련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패널들은 마지막 세션에서 '왜 국장을 떠나는가'를 주제로 토론했다.

"국장 탈출하고 미장 가자"…이정표 없는 국장

대학생 패널들은 입을 모아 국내 증시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기업의 거버넌스 문제도 국장을 떠나게 하는 요소다.

미국·인도 증시에 더 많이 투자한다는 박상원 씨(서울시립대 '증권연구회')는 과거 물적분할 후 재상장을 추진하며 논란이 됐던 코스맥스나 코오롱 인더스트리 사례를 언급했다.

박 씨는 "처음에는 한국어 정보가 많아 국내 주식에 투자했지만 한국 기업이 스스로 악재를 만들어내고 주가가 영향을 받는 것을 보고 비중을 줄였다"며 "국내 주식은 경제성장률이나 지배구조 등 여러 문제로 해외 주식보다 열위에 있다"고 했다.

이어 "주변에 아직 한국 주식을 하는 친구도 기술적인 정보 격차가 해소되면 타 증시로 이탈할 것 같다"고 했다.

문성빈 씨(한국외대 '포스트레이드')는 국내 증시가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문 씨는 "모든 정보가 한글로 공시되고 포털 등을 통해서도 투자지표와 양질의 리포트가 공개돼 겉으로 보기에는 친절하다"면서도 "단기성으로 움직이는 투자자금, 큰 변동성, 펀더멘탈과 주가간의 괴리 등 막상 투자자들의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이정표는 없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긴 시간을 들여 주식을 공부하고 돈을 잃는 시장"이라며 "이에 지친 투자자들이 단기 투자 인식과 방법을 재생산하고, 패배의식이 돼 결국 장기적 성장을 붙잡고 있다"고 했다.

미장은 오르겠지만 국장은…?

이정현 씨(전국대학생투자동아리연합회)는 미장을 '서울집값', 국장을 '지방집값'으로 비유했다.

이 씨는 "미국 주식 주가가 더 오를 거라는 믿음은 서울 집값이 꾸준히 오를 거라는 믿음과 같다"며 "미국은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나스닥이나 S&P500에서 제외되니 기업들은 꾸준히 노력하고 차세대 혁신 성장에도 진심으로 투자한다"고 했다.

이어 "반면 국내장은 저평가돼있고 소외당하는 기업들도 계속 유지하면서 '박스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8월 미국의 재채기에 우리 나라 국내 증시가 지진을 겪었다"며 증시의 불안정성도 짚었다.

김민후 씨(동국대 '리치')는 미국 주식은 '가치투자', 국장은 '심리투자'라고 했다.

학회에서 국내주를 담당하는 김 씨는 "국내 기업의 투자 포인트를 열심히 분석해 'BUY'를 외쳐도 실제 주가는 생각과 다를 때가 많아 배신감까지 들었다"며 "해외주팀의 리포트는 기업의 성장성을 투자 포인트로 잡는 반면, 국내주팀은 투자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단기적 모멘텀이나 이슈를 투자 포인트로 내세우게 된다"고 했다.

문 씨는 미장은 우수한 기업, 선진적 자본시장, 거버넌스 등이 정착된 '상위권 우등생'으로, 국장은 '중2병 걸린 중위권 학생'으로 비유했다.

그는 "한국은 배당률도 미국의 절반인 20% 수준이고, 기업활동을 위해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며 "충분히 선진국 증시로 나아갈 수 있지만 어떤 부분부터 해결해야할지 아직 감을 못 잡고 방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씨도 "미장은 장기투자용, 국장은 단타용"이라며 "외부 리스크를 따라가기 바쁜데 기업 내에서 스스로 주가를 누르거나 가치를 훼손시키니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단기 트레이딩 위주로 하게 된다"고 했다.

2024 뉴스1 증권포럼을 마친 후 대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News1

그래도 '국장'…밸류업 성공해야

다만 이들은 여전히 국내증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에 도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성공적으로 자본시장 선진화를 이끌기를 기대했다.

김 씨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장 참여자에게 인식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주가 흐름이 개선된다면 성장성을 주가에 반영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긍정적을 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행이 된다면 저는 얼마든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릴 생각이 있다"고 했다.

밸류업 지수 등에 대한 실망감도 있었다. 이 씨는 "밸류업 지수들을 보면 코스닥 200이나 코스닥 150에 들어간 종목들이 88개"라며 "저평가된 기업들에 투자하자는 의도를 빗나간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기업의 가치를 증진할 수 있는 지배구조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적 방안을 더 봤으면 좋았겠다"며 "밸류업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주도주 위주, 단기 투자 문화를 중화하는 역할을 할 것 같다"고 했다.

박 씨는 "처음에는 밸류업에 관심이 있었지만 지배구조 개편으로 논란이 된 두산밥캣이 밸류업지수에 편입된 상황이나 많은 국민들이 투자하는 섹터인 레거시 반도체 업체가 밸류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보며 밸류업이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행보에 대해서는 기대를 보였다. 박 씨는 "최근 금융당국이 두산밥캣 사태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밸류업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잘 만들어지고, 대한민국의 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의 가치 보전 등이 잘 된다면 한국 증시에 다시금 투자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국내 증시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문 씨는 "최소 20년 정도 장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우직히 실행했으면 좋겠다"며 "중학교 때부터 제도권 교육에서 금융 관련 지식을 가르치고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 보이지 않는 벽에 대한 접근성 등을 개선해서 투자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기업 지배구조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지수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패 보다는 국내 증시 자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train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