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도 안 남은 美 대선…국내 증시에서도 '트럼프 당선' 先베팅
외국인 투자자 중심 원전·에너지 인프라·방산·바이오 등 순매수
선반영에 美 10년물 국채금리↑…"수혜주 판단은 시장 컨센서스대로"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미국 대선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수혜주에 투자하는 '트럼프 트레이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불확실성에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수혜주 선(先) 베팅에 나서는 분위기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0위권 내에는 트럼프 수혜주로 불리는 원전, 에너지 인프라, 방산, 바이오주 등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이들 종목은 개별 호재도 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정책 수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이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두산에너빌리티(034020)로 833억 원을 사들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관련주로 보조금이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대신 원전과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을 키우겠단 트럼프 후보 공약에 영향을 받았다.
전력기기 업체인 HD현대일렉트릭(267260)(820억 원)은 트럼프 후보의 제조업 리쇼어링(해외 이전기업의 복귀) 추진에 산업용 전력 수요 증가가 두드러질 수 있단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선주의에 세계 각국이 방위비를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방산주인 한국항공우주(047810)(394억 원)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HLB(028300)(520억 원), 셀트리온(068270)(518억 원) 등 바이오주도 트럼프 트레이더 섹터로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려고 했는데 이에 신약 출시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여기에 자국 내 약가 인하를 목표로 바이오시밀러 및 제네릭 의약품 사용 촉진 정책을 내세운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며 채권 시장에도 관련 영향이 선반영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감세, 재정 확대 공약으로 향후 국채 발행이 늘고 금리 인하 시기도 지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25일(현지시간) 기준 4.24%까지 올랐다. 9월 중 최저치였던 3.62% 대비 크게 올랐다.
증권가에서도 트럼프 당선을 유력하게 보는 분위기다. iM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들어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으로 전국 지지율은 해리스가 높지만 주요 스윙 스테이트 지지율은 트럼프가 우위를 굳혔다"며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가시화되자 트럼프 트레이딩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하원 공화당 승리 가능성이 트럼프 트레이딩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웅 iM증권 연구원은 "선거 이전까지의 트럼프 수혜 및 피해주에 대한 판단은 시장 컨센서스를 수용하는 ’케인스적 방식’이 올바른 접근방법"이라며 "선거 전의 기대와 당선 이후의 정책 영향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차피 대선 프라이싱은 선거 전에 이뤄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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