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1세대 이채원 "밸류업은 시대적 흐름…모두를 위한 정책 돼야"
[밸류업을 말하다]②"자본시장은 국가경제의 핵심"
"거버넌스 우선돼야…상법·세법 개정 동시 추진 필요"
- 강수련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내세운 밸류업은 시대적 흐름입니다. 다만 모두를 위한 밸류업 정책이 돼야 합니다."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가치투자 대가'인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지난 23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가치제고계획(밸류업) 프로그램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작업이고,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과 세법 개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첫 삽이다.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화두를 던진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것이 이 의장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은 너무 오랜 기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멍에가 씌워져 있어 자본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 산업이 발달하고 기업이 잘 되고 국가 경제가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식시장을 이용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진 만큼, 개인의 부 축적을 위해서도 밸류업이 더욱 필요한 시점으로 봤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 상장주식 소유자는 1416만 명에 달한다.
이 의장은 "전세계 선진국들은 고점까지 가는데 코스피는 10년 내내 2000선에 머물고 있다"며 "자본시장이 잘 돼야 주가가 오르고 투자자가 돈도 벌고, 배당을 받아 수익이 나고 그 자금으로 또 투자와 소비를 하면서 경제가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대의명분에는 기업도, 정치권도, 누구도 반대할 수가 없다"며 "사회적, 시대적 요구이고 흐름인 만큼 그대로 흘러갈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밸류업 성공이 10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3~5년 정도면 충분히 성공할 거라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거버넌스, 재무전략, 주주환원"
이 의장은 기업의 밸류업을 위해서 이 3가지를 강조했다. 최근 밸류업과 관련해서 주주환원을 강조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기업가치가 올라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주주환원보다 선진화된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효율적인 재무전략이 우선돼야 한다"며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돈을 벌고 난 뒤 주주환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밸류업 프로그램에선 중요한 '거버넌스', 투자자보호를 위한 조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장이 활동하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7월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점수를 A학점에서 C학점으로 낮춘 바 있다.
이 의장은 "가장 아쉬웠던 점은 투자자 보호 장치를 먼저 구축을 하고 시행을 해야 하는데 인센티브, 세법 개정 위주로만 지원책이 나왔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가장 먼저 상법을 개정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상법 제382조 3항의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우선적으로 도입돼야한다고 했다. 모든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다. 현재 상법에서는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이사는 회사를 위해서도 일하지만 모든 주주를 위해서 일한다로 개정해야 한다"며 "미국에선 일론 머스크도 테슬라 주가가 오르길 원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이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채찍'인 상법개정과 '당근'인 세법개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현재 정부의 안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완화, 배당 소득 분리과세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라며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투자자 보호를 내세우며 상법 개정, 채찍과 규제를 들고 나왔다"고 했다.
이어 "이 두 가지가 다 이뤄져야 진정한 밸류업이 완성이 될 수 있다"며 "그래서 어떤 정당이 정권을 잡든 한국 자본시장의 밸류업은 계속해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손잡고 'ACE 라이프자산주주가치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했다. 국내 운용사 간 첫 협업 상품이다. 해당 상품은 국내 주식시장 상장 종목 중 주주가치 개선 가능성이 높은 대형가치주 위주로 투자한다.
가치투자 1세대인 이 의장의 의지가 담긴 상품이다. 이 의장은 "평생 가치 투자를 해왔는데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있었다"며 "당국에서도 밸류업을 추진하는 상황에 맞춰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함께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40여개 기업들을 선별했는데, 이 의장은 이 기업들에 기업·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제안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리밸런싱을 통해 해당 기업을 제외할 계획이다.
그는 "밸류업의 핵심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일시적인 기업 실적 악화와 외국인 순매도, 시장의 편견과 오해 무관심 등 펀드멘탈 외의 이유로 저평가된 기업들을 밸류업 시키는 것"이라며 "그래야 투자자들도 돈을 벌고 기업들도 노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traini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한국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정도로 한류는 이제 K-푸드에서 K-팝, K-콘텐츠, K-문학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K-증시'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자식에게 물려줄 주식'으로 손꼽히던 'K-우량주'의 대명사 삼성전자는 미국 주식에 관심을 뺏긴 지 오래다. 그렇다고 증시는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증시는 단지 주식을 팔고 사는 곳이 아니다. 자본시장의 성장은 모험자본의 성장을 돕고, 실물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자본시장이 바로 서야, 경제가 살고, 국민들이 풍요로워진다. 은 '밸류UP-코리아UP, 증시가 성장 엔진이다'라는 주제로 오는 30일 열릴 '투자포럼(NIF) 2024'를 앞두고 증시 전문가들을 만나 '밸류업의 길'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