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 중국펀드, 부양책에 떴지만…투자자는 '탈출 러시'

중국펀드, 경기 부양책 발표에 1개월 수익률 25%
투자자는 올해 1조 넘게 해지…"경기 불확실성·미-중 갈등 우려"

상하이 전경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그동안 '미운 오리' 취급받던 중국 펀드가 수익권에 들어서자 투자자들이 '탈출 러시'에 나섰다. 올해 들어 1조 원 넘게 설정액이 줄었다.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도 경기 침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이후 미-중 분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1개월간 3689억 원 줄었다. 3개월로 기간을 넓히면 7667억 원, 연초 이후로는 1조1376억 원이 감소했다.

중국 펀드는 최근 경기 침체 우려에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잘나가던 2014년 5100선을 넘었던 상해종합지수는 현재 3200선으로 내려앉았고, 중국 기술주가 몰린 심천종합지수도 2015년 3000선을 훌쩍 웃돌았지만 이제는 2000선도 회복 못하고 있다. 중국 주식에 투자한 중국펀드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불린 이유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중국 인민은행장이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를 예고하는 등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심천종합지수는 1개월간 22.3% 상승하며 글로벌 주요 지수 중 수익률 1위에 올랐고, 상해종합지수도 13.26% 뛰었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 1개월 동안 0.59% 하락하고, 미국 S&P500이 1.31% 상승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우수한 성적이다.

덕분에 중국펀드도 기간에 따라 따르지만, 손실이 줄거나 수익을 내고 있다. 24일 기준 중국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2.38%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일본 주식(10.96%)이나 인도주식형펀도(22%)를 앞선다.

특히 1개월 수익률은 25.16%로, 해외주식형펀드 중 1위다. 대표적으로 '삼성KODEX차이나H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H)'은 1개월 수익률이 28.33%고, 연초 이후로는 58%에 달한다. '미래에셋TIGER차이나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역시 1개월 18.8%, 연초 이후 49.81%를 기록 중이다. '한국투자ACE중국본토레버리지CSI300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혼합-파생형)(합성)'은 1개월 수익률이 57.68%나 된다.

그동안 손실에 해지를 망설이고 있던 중국펀드 투자자들은 이번을 탈출 기회로 판단했다. 더 기다리기에는 수익 복구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부양책에도 여전히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올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4.6%로 블룸버그 시장 예상치(4.5%)를 소폭 상회했지만, 주택 지표 부진과 수요 둔화(소매판매 증가율 3.2%)가 지속되고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글로벌투자 전략팀 애널리스트는 "올해 중국 성장률은 정부 목표치에 미달하는 4.8%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2020년 팬데믹 이후 중국의 경기 둔화를 부동산 버블 붕괴와 수요 위축이 촉발한 '디플레이션 장기화'라는 구조적인 위험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경기 회복의 남은 변수는 재정 부양정책의 강도가 될 것"이라며 "중국 증시 투자 전략으로 '신중한 접근(Trading)' 의견을 유지한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미국 대선 이후 미-중 무역 분쟁이 더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모두 중국에 대한 견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둘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에 대한 제재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 중국증시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