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 덩치는 키웠지만…수면 위로 떠오른 'LP發 리스크'
신한투자증권 ETF LP 부서 1300억 금융사고
"LP 비즈니스 규모 커져…성과급 체계가 고위험 투자 유인 요소"
- 문혜원 기자,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박승희 기자 = 신한투자증권(008670)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 과정에서 1300억 원 손실을 낸 가운데 ETF 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내부통제는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 시장 규모는 지난 9월 말 기준 159조 4347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52조 365억 원 수준이었던 ETF 시장 규모가 약 4년 만에 3배로 불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상장 종목 수도 468개에서 893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ETF가 증권업계 주요 먹거리로 떠오른 상황에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LP 역할도 커졌다.
자산운용사가 ETF를 상장하려면 반드시 1사 이상의 LP를 정해 계약을 맺어야 한다. ETF 시장 규모가 커지면 ETF LP 규모도 자연스레 성장하는 구조다.
지난 11일 신한투자증권은 ETF LP가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를 진행해 손실이 발생하고, 이를 스와프 거래인 것처럼 허위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LP는 유동성 관리를 위해 재고 관리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선물 거래 등으로 헤지(Hedge·위험 회피) 거래를 해야 하는데 헤지 거래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지션을 중립 수준으로 만드는 헤지 거래는 문제 될 것 없지만 (신한투자증권 금융사고 사례처럼) 수익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위험 투자를 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없는 거래를 있는 것처럼 속여 문서를 조작했는데 이를 프런트, 미들, 백 부서가 다 놓쳤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증권사들이 관행처럼 해왔다가 대형으로 터진 것이 이번이 처음일 것이고 신한투자증권이 처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가의 성과급 체계가 금융사고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워낙 커졌고 ETF LP가 증권사 수익 기여도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비즈니스가 됐다"며 "LP는 양방향 호가를 내면서 차액만큼 계속 수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Book·자금운용한도)을 운용하는 부서는 올해 목표 한도도 정해지고 목표 한도를 초과하는 것만큼 성과급을 계속 가져가는데 증권사 성과급 체계가 비선형적으로 설계돼 고위험 투자 유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ETF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속성이 금융사고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단 설명이다.
신한투자증권의 대규모 금융사고에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진상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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