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치닫는 고려아연 분쟁…투자자 "공개매수, 어디가 유리?"

개인·외국인 투자자, '세금'이 변수…양도소득세냐 배당소득세냐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현 신건웅 기자 = 고려아연(010130)과 영풍(000670)·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 모두 공개매수 가격을 83만 원으로 맞추고 최소 매입수량 제한도 없앴다.

양쪽의 조건이 동일하게 맞춰지며 향후 주주들은 사법리스크·세금 등 다양한 요건을 고려하며 어느 쪽에 주식을 넘길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4일 전일 대비 6만 3000원(8.84%) 오른 77만 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이날 오후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75만 원에서 83만 원으로 올린다고 정정 공시했다. 최소 매입 수량(6.98%) 문구는 삭제하고 최대 수량인 14.61%만 남겨놨으며, 공개매수 기간도 오는 14일까지로 연장했다.

앞서 MBK와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은 지난달 13일 66만 원에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공시한 뒤, 75만원으로 한 차례 올린 데 이어 재차 인상에 나섰다. 83만 원은 지난 2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공개한 공개매수가와 동일하게 맞춘 금액이다.

최 회장 및 고려아연 측은 글로벌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공 최대 372만6591주(18%) 공개매수에 나선 상태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으로 고려아연의 주가는 우상향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주가(종가 기준)는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달 12일 55만 6000원에서 지난 4일 77만 6000원으로 11거래일 만에 39.57% 올랐다.

(전자공시 갈무리) /뉴스1

MBK·영풍은 '양도소득세 22%', 고려아연은 '배당소득세 15.4~49.5%'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어느 쪽의 공개매수에 응할지 선택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세금'을 꼽는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통상 공개매수에는 지방세를 포함한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투자자들이 MBK 측의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양도소득세의 세율이 적용된다. 공개매수는 장외거래에 해당한다. 양도차익에 대해 기본 공제(250만 원)를 제외한 금액의 22%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반면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에 참여할 경우 양도소득세가 아닌 배당소득세를 내야한다. 고려아연 측의 소각 계획에 따라 이번 공개매수가 경제적 이익을 분배하는 의제배당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측은 공개매수 설명서를 통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을 공개매수 종료 후 관련 법령상 절차에 따라 이익소각할 계획"이라며 "세법상 고려아연 주식회사가 매수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주권을 회사에 반환하는 절차로서 주권의 양도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에 의제배당에 대한 세금이 발생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 아래인 투자자들은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율(22%) 보다 낮은 배당소득세율 15.4%만 원천징수된다.

다만,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는 투자자는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 참여가 불리할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적용될 경우 최고세율은 49.5%에 달하기 때문이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 역시 세금의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와 조세협약을 체결한 나라의 법인은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지만, 배당 소득에 대해서는 10%의 법인세를 납부해야하기 때문이다. 조세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의 법인은 22.5%의 법인세율이 적용된다.

국내 기관 투자자는 법인세로 세율이 동일하기 때문에 이같은 세금으로 인한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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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도 영향…재차 가처분 신청 낸 '영풍'·"시장 교란" 반발 고려아연

사법 리스크도 투자자들의 매수 참여 선택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은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매입 결정에 찬성한 이사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앞서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자기 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은 지난 2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러나 영풍은 기각 결정 직후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 행위이므로 관련 절차를 중지시켜달라"며 재차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에 대해 '영풍이 사법부 판단을 무시하고, 나아가 시장에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시장을 교란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영풍 측의 가처분 신청 1차 심문기일은 오는 18일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종료일(10월 23일) 5일 전이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