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다크 나이트' 됐나…민주당, 금투세 '유예'에 무게

민주당, 이르면 4일 의원 총회 열고 금투세 당론 결정
금투세 토론회 '인버스' 발언 뒤 유예·폐지 여론 커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제작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촉구 집회버스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 정차돼 있다. 2024.9.2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시행과 유예의 기로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 중 당론을 결정할 예정이다.

최근 분위기는 유예 또는 폐지로 기울고 있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자 여론을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앞서 금투세 토론회에서 '인버스'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김영환 의원이 '다크 나이트'(선한 목적을 위해 일부러 악행을 벌이고 희생하는 것)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9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토론회):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에서 시행팀 김영환, 김성환, 이강일 의원이 유예팀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4.9.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김영환 의원 '국장 인버스 투자' 언급에 금투세 강행 비판 격화

1일 정치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르면 4일 의원총회를 열고 금투세의 내년 1월 시행 여부에 대한 당론을 결정할 예정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는 조속하게 결론을 내리자는 것에 대해 다시 확인했다"며 "의원총회를 통해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총회 일정에 대해서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재의요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거부권을) 행사하면 빠르면 바로 국회 본회의를 열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정성호 의원.(자료사진) 2023.1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재명 대표도 "금투세 '지금 하면 안 돼' 정서 고려"…민주당 내 유예·폐지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다른 나라에도 금투세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하면 안 돼' 이런 정서가 있어서 그런 점을 저희는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단속하고, 주식 투자자들의 손실과 수익에 대해 공정하게 부담을 안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들이 다 되고 난 다음에나 (시행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지난 25일에는 친명(친이재명)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도 "처음에는 금투세 유예 입장이었는데 최근 상황을 보니까 오히려 유예가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 심화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며 '폐지론'까지 언급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해서 주식시장을 살려놓은 뒤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민주당 금투세 토론으로) 갈등이 더 심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9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4.9.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업계·투자자 "금투세 유예·폐지 하루빨리…한국만 9월 징크스 못 깨"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민주당 내부 목소리에 금투세 유예 또는 폐지 결론에 기대를 걸고 있다.

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종목토론방 등을 통해 빠른 금투세 유예 또는 폐지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삼성전자(005930)가 '5만전자'를 향해 가고 있는데 최소한 금투세 유예 결론이 나타나지 않으면 4만 원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며 "이렇게 국장이 안 좋은데 하루라도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게 민생을 생각하는 것 아니냐"라고 촉구했다.

다른 투자자도 "차라리 금투세 토론회를 해보니 금투세 유예·폐지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듯해 다행"이라며 "인버스에 투자하라는 김성환 의원이 사실상 배트맨처럼 '다크 나이트'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안 그래도 외국인 자금이 중국 등 해외 증시로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증시만 나홀로 불황인 상황에 이 시점에 금투세까지 시행해버리면 국장 이탈만 가속화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컷에 이은 중국 당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 패키지 발표로 글로벌 주요 증시가 일제히 상승하며 (해외는) '9월 징크스'를 깼다"며 "아쉽고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글로벌 증시의 강세와 달리 국내 시장은 금투세 논란에 여전히 허우적대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