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토론회와 '빅쇼트'[기자의눈]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방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너희는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에 돈을 걸었어. 우리가 옳으면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직장도 잃고, 은퇴자금도 잃어. 춤은 추지마."(영화 '빅쇼트')

서브프라임 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에서 전직 트레이더 밴 리커트(브래드 피트)는 풋옵션에 베팅해 수천억 원을 번 뒤 환호하는 동료 투자자들에게 일침한다.

지난 24일 열린 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 공개토론을 보며 문득 이 장면이 떠올랐다.

이날 김영환 의원은 현 시점에서 금투세를 강행함으로써 나타날 국내 증시의 우하향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갖고 계시면 인버스를 투자하거나 선물 풋 잡으시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금투세를 '지금' 시행해야겠다며 국내 증시의 하향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인버스에 투자하라고 비꼬는 국회의원의 말에 아득함을 느낀 것은 기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증시가 주식 투자자들의 재테크 수단일 뿐만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 조금은 더 언행이 무거웠을까.

"방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너희는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에 돈을 걸었어. 우리가 옳으면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직장도 잃고, 은퇴자금도 잃어. 춤은 추지마."(영화 '빅쇼트')

김 의원뿐 아니다. 이날 공개토론에서는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금투세를 내년에 시행하겠다는 민주당 내 강행파의 속내도 엿볼 수 있었다.

김성환 의원은 "제일 금투세가 불편한 사람은 김건희와 주가조작 세력들"이라며 "거래세를 소득세로 바꾸지 않으면 주가작전 세력이 활개친다"고 주장했다.

역시 금투세 시행팀인 임광현 의원도 금투세를 '건희세'라고 표현하며 금투세를 정치적 공세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강일 의원 역시 마지막 발언에서 "왜 불리한 프레임에서 우리가 몸을 움직여야 하느냐, 금투세 시행하고 상법 개정으로 부스트업 시키는 게 우리 당의 현명한 전략"이라며 "우리 당이 주도하는 프레임이 될 수 있는데 선거없는 이때 미루면 언제 하겠느냐"라며 전략적으로 금투세를 이번에 시행해야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일본 등 선진 증시에서 도입하고 있는 만큼 금투세도 분명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행팀 측이 금투세 도입에 있어 정치적 논리를 꺼내든 이상, 그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은 향후 한 달간 금투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시행 또는 유예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고, 중국도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며 세계 증시는 랠리를 시작했다. 한국 증시만 디커플링 중이다. 전쟁 중인 러시아만도 못한, 세계 꼴찌 수준의 한국 증시에 선진국 증시에서나 도입한 금투세는 시기상조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