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노력에 눈돌린 거래소…"밸류업 지수, 고PBR·ROE만 집중"

KB·하나 등 금융주 탈락…'저평가 가치주' 지수 편입 배제
"주주소통·지배구조 개선 노력등도 평가 못받아"

24일 한국거래소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종목 및 선정기준을 발표했다.ⓒ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국내 증시 상승의 '마중물'로 기대를 모았던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베일을 벗었으나, 지수 편입 기준에서 핵심으로 꼽혔던 '주주환원'을 외면하고 단기 실적에만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웅찬·신희철 iM증권 연구원은 25일 "시장 예상과 달리 고 주가순자산비율(PBR) 및 고 자기자본이익률(ROE) 종목이 선정됐다"며 "배당가치, 주주환원에 대한 평가는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한국거래소는 전날 밸류업 지수 종목 선정방식에 대해 △시장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PBR) △자본효율성 등 5단계 스크리닝을 통한 종목 선별을 거쳤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주주환원 평가 기준을 단순히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실시'로 뒀다. 주주환원 규모는 평가하지 않고 환원 여부만 따진 셈이다.

또 시장평가 기준을 '최근 2년 평균 PBR 기준 산업군별 순위비율 상위 50% 이내, 또는 전체 순위비율 상위 50% 이내'로 두면서 저PBR 종목을 배제했다.

이로 인해 KB금융지주(105560)·하나금융지주(086790) 등 대표 밸류업 수혜주로 여겨진 금융주와 시가총액 상위 20위 종목 대다수가 지수에 편입되지 않는 결과가 발생했다.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밸류업 계획 우선 발표 특례로 편입됐다.

이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는 PBR 하위 종목을 편입 배제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며 "결과적으로 고 PBR, 고 ROE의 우량종목 위주로 지수가 구성되며 저평가 가치주는 지수 편입에서 배제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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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증권은 지배구조 개선·주주환원 제고 등에 메리트를 부여하겠다는 기존 정책방향과 달라진 선정 기준에 아쉬움을 표했다.

신 연구원은 "주주환원에 대해서는 규모나 비율이 아닌 시행 여부만으로 평가했다"며 "주주와의 소통 노력, 지배구조 개선 의지와 같은 정성적 요인도 평가받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에 지수에 편입된 100개 종목 중 배당수익률이 2%를 하회하는 종목이 53개로 절반을 넘었다. 배당 성향이 20%를 하회하는 종목 수도 54%로 과반이었으며, 10% 미만 종목 역시 8%나 됐다.

또 2년간의 ROE를 최중요 종목 선정 기준으로 둔 점에 대해서도 "글로벌 경기와 업종 사이클에 민감한 종목이 많은 한국 증시의 특성상, 과거 2년간 좋았던 종목, 고평가를 받은 종목의 경우 지수 편입 이후 업황과 주가 모두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