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부자감세'라던 민주당…커지는 유예론②[금투세 기로]

이례적인 '시행 vs 유예' 토론회…지도부선 '유예' 공개 목소리
'큰손' 이탈에 개미투자자들 불안…기재위·정무위서도 이견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 및 개인투자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9.2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소수의 부자가 주식 시장에서 움직이는 돈이 80% 이상이다. 투자금은 이익을 추구할 뿐이지 정의 구현의 수단이 아니다."

금융투자세 시행을 2개월여 앞두고 '국내증시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가 극심하다. "금투세 폐지=부자감세"를 외치던 더불어민주당 내부도 '유예'와 '보완 후 시행' 입장이 갈리면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금투세 끝장토론'을 예고한 만큼 투자자들은 민주당의 결론에 주목하고 있다.

24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금투세 토론회를 열고 시행팀과 유예팀 간 토론을 진행한다. 당내서 이견이 있는 만큼 토론을 통해 당의 입장을 정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도입하려던 금투세 시행을 두고 찬반 토론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등 금융상품 투자로 연간 5000만원을 넘는 양도차익을 얻은 투자자에게 지방세를 포함해 수익의 22~27.5%를 양도소득세로 부과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도입돼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2022년 여야 합의로 2년간 유예돼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당시에도 여당의 금투세 시행 유예와 야당의 유예 반대로 의견이 갈리면서, 시행 직전인 2022년 12월23일에서야 결론을 내렸다.

조세 정의 및 과세 형평성을 위해 금투세 시행을 지난 총선 공약으로도 내놓은 민주당에서 내부 이견이 분출된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가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에는 적용되지 않는 점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큰손'들의 국내증시 이탈을 이유로 금투세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금투세 적용 대상이 투자자인 1400만명 중 상위 1% 수준이라도, 이들이 떠나면 결국 국장을 지켜온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오피니언 라이브가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2~14일 조사한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9.9%가 금투세 시행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30.0%, 나머지 20.1%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반대한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반대 이유로 '세금 부담이 커질 것 같아서'(46.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외국인 투자자와 형평성'(28.1%), '자금이탈로 인한 국내 주가 하락'(24.9%)도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도 금투세 도입이 개인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투세는 개인 투자심리와 거래량 등에 영향을 준다"며 "시행 시 개인의 자금 이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왼쪽부터), 민병덕, 김영환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투자소득세 정책토론회인 '금투세 디베이트' 개최 계획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24.9.2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에서도 전당대회 기간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금투세 유예나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언주 의원이 공개적으로 유예를 주장한 데 이어 김민석 수석최고위원도 최근 "금투세를 3년 정도 유예해 증시 개혁과 부양의 검증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금투세 법안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와 관련 정무위원들 다수는 금투세 시행에 대해서 큰 이견이 없었으나, 토론이 격화되면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예팀 토론자로 나선 이연희 의원은 전날(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세 저항의 역사가 남긴 교훈은 '좋은 세금은 없으며 새로운 세금은 악세'라는 것"이라며 "국민들로부터 공감대와 동의를 얻지 못하는 세금은 그 어떠한 타당성과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해도 잘못된 세금"이라고 강조했다.

한 기재위 소속 의원은 "금투세만이 아니라 상법 개정,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입법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며 "소액투자자들의 우려가 큰 만큼 금투세 유예, 폐지 등 옵션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날 정책토론을 통해 민주당이 당장 결론을 내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후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론을 정할 계획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연일 '금투세 폐지'를 외치며 민주당과 반대 전선에서 외치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민주당의 시행·유예팀을 겨냥해 "국민이 원하는 금투세 폐지는 일부러 빼고, '굿캅', '배드캅'을 나눠 국민을 기만하고 '가스 라이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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