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정책, 밸류업 목표 아닌 '과정'으로 인식해야"

밸류업, 자본비용(COE)에서 출발
신한지주 "자본시장 레벨업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밸류업 중간평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를 주최했다.2024.09.20/뉴스1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진정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기업은 자본비용(COE)을 고려한 밸류업 계획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밸류업 목표가 아닌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밸류업 중간평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 세미나에서 "기업들이 밸류업이 곧 주주환원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밸류업에 대해 "주주환원이나 재투자를 더 해서 궁극적으로는 기업가치와 시가총액을 올리는 것"이라며 "밸류업은 COE가 얼마인지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기업들이 COE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물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COE보다 높으면 (일반적으로) 재투자가 바람직할 수도 있다"면서도 "투자자 보호가 잘 안 돼 있는 우리나라는 오히려 재투자보다 주주환원을 하는 것이 기업 가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투자자가 회사를 못 믿으니 ROE가 높을수록 배당을 더 주는 게 좋을 수 있다"며 "배당을 주는 것은 믿음을 줄 수 있는 시그널"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메리츠금융지주(138040)의 밸류업 계획을 예시로 들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밸류업 계획에서 자본초과수익(ROE-COE)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5개년 평균 ROE는 22.5%이고 COE는 8.3%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주주환원은 밸류업을 위한 수단 또는 방법이고 목적이 아닌데 우리나라 기업 대다수가 밸류업을 잘 모르고 있다"며 "당국과 거래소가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밸류업 중간평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2024.09.20/뉴스1 ⓒ문혜원 기자

이날 세미나에선 밸류업 정책과 관련해 투명하게 투자자들과 소통하겠다는 업계 관계자의 목소리도 나왔다.

천상영 신한금융지주(055550)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한지주의 밸류업 계획 핵심은 ROE와 주주환원율을 높이고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고, 이사회가 주도적으로 투자자와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해외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이 올라간 좋은 기회"라며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노력하면 한국 자본시장을 한 단계 레벨업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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