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꼴찌' 韓 지수…'R의 공포' 극복 못 하면 반등 없다 [추석 후 증시]①
연초 이후 코스피 -3.01%, 코스닥 -15.39%…동학개미 '좌절'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커…당분간 변동성 클 듯"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글로벌 주요 증시 중 한국 성적은 꼴찌 수준이다. 정부가 야심 차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나섰지만, 막상 수익률은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지난달 이후 동학개미 계좌는 그야말로 참담할 정도이다. 폭락장인 '블랙데이'가 거듭되면서 코스피는 한 달 반 만에 7% 넘게 떨어졌고, 코스닥은 9% 가까이 하락했다.
'경기 침체(Recession) 공포' 속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불거진 것이 원인이지만, 같은 기간 나스닥이 0.4%, 니케이225가 5.67%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유독 낙폭이 크다. 심지어 S&P500은 1% 넘게 올랐다.
추석 후 증시 상황도 낙관하긴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속해서 한국 주식을 팔고 있고, 경기 상황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침체 우려가 제기되면 언제든 '블랙데이'가 재현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대선과 금리 인하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다.
◇지긋지긋한 '코리아 디스카운트'…韓 증시 수익률, 세계 꼴찌 수준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5.39%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RTSI 지수(-16.44%)나 MOEX 지수(-15.51%),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 선전 종합지수(-15.83%)를 제외하면 가장 부진하다
코스피 지수도 연초 이후 성적이 -3.01%로 썩 좋지 않다. 같은 기간 미국 S&P 500이 17.32%, 나스닥이 17.04%, 일본 닛케이가 9.28% 오른 점을 고려하면 선진국 증시 중 꼴찌 수준이다.
특히 지난달 2일과 5일에는 각각 3.65%, 8.77% 급락하며 '블랙데이'를 연출했다. 지난 4일에도 3.15% 하락해 투자자들의 계좌가 퍼렇게 질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출범 초기부터 증시 선진화 방안에 적극 나서왔고, 올해 초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앞장선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모습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AI 거품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까지 겹치면서 지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금투세 논란은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졌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는 8월 이후 6조7308억 원을 팔며 한국 시장을 떠났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화 강세로 시작된 엔 캐리 청산 매물 출회와 AI 산업을 중심으로 한 IT 업황·실적 불확실성, 미국 경기침체 공포심리가 가세하면서 지수가 레벨다운했다"며 "한국은 미국, 중국 경기 불안에 따른 수출주 약세와 달러·원 환율 급락에 따른 외국인 차익 매물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증시 중 최하위 수익률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 공포 지속…증시 변동성 확대
글로벌 증시는 당분간 경기 침체 공포가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관련 지표가 나올 때마다 지수도 출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상 미국 경제에 민감하다. 주도 업종인 IT도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밀접하게 연동돼 있다. 미국 경제 불안이 한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는 셈이다.
현재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고용이 줄어드는 등 경기가 추가 둔화하고 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발표된 베이지북에서도 "해고는 드물었으나 일부에서 필요한 직무만 충원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인력을 감축해 전체 고용 수준을 낮추었다"고 평가했다.
소비 역시 빠듯하게 이어지는 중이다. 미국의 7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예상보다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으나, 가계 저축률은 2.9%로 더 하락했다. 형편이 나아져서 돈을 썼다기보다는 저축을 더 줄이고 소비를 유지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지표 반등이 확인되거나 또는 적극적인 정책 기대가 생길 때까지 지수 반등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지거나, 정치 불확실성이 사라진 미국 대선 후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추석 연휴 직후인 19일 새벽 FOMC의 금리 인하 폭에 관심이 큰 이유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추석 연휴 직후 결정될 미국 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 폭, 이후 미국의 실업률 추이가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경기 침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급격한 경착륙보다는 골디락스(경기 연착륙)에 무게를 뒀다. AI 산업 성장이 지속되고, 미국 경제 및 노동시장의 둔화 속도도 예상가능한수준이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역시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권희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소프트 랜딩의 궤적을 벗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대선 이후 비교적 빠르게 인하의 효과가 관찰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경우 실질임금 상승률 둔화에 비례해 소비 신장세가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낮아졌고, 그 사이 설비투자가 점차 회복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걱정은 가장 크지만, 정작 잘 버티는 국가는 여전히 미국"이라고 분석했다.
ke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